[스타일/패션]자유와 개성 모두를 담다

백팩의 진화는 멈추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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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의 민주당 정부에서 대통령과 참모들이 백악관을 무대로 펼치는 이야기를 다룬 미드(미국 드라마) ‘웨스트윙(West Wing)’에서 대통령비서실 부실장으로 나오는 조시 라이먼의 어깨에는 언제나 백팩이 함께한다. 이 드라마에서 그가 권위적이지 않고 지적이면서도 정력적으로 비치게 하는 데는 백팩이라는 패션 아이템이 한몫을 했다.

사실 백팩은 브리프케이스처럼 격식 있는 가방이 아니다. 10여 년 전 중고교생과 대학생 사이에서 백팩 열풍이 불었을 때도 직장인들은 선뜻 택하기 힘든 패션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드라마 ‘트리플’의 윤계상이, 올해는 ‘파스타’의 이선균 등이 백팩을 메고 나와 인기를 끌면서 백팩은 캐주얼한 차림만 아니라 수트를 입은 비즈니스맨에게도 개성과 스타일리시함을 표현하기에 손색없는 아이템이 됐다.

○ 배불뚝이 백팩은 금물

백팩의 가장 큰 매력은 다른 가방과 달리 양손이 자유롭다는 것. 백팩을 메면 한 손은 지하철이나 버스 손잡이를 잡은 채 다른 손으로 휴대전화를 조작하거나 신문을 읽을 수도 있다. 비즈니스맨의 휴대용품이 늘어난 것도 백팩을 효율적인 가방으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브리프케이스는 필기도구 몇 개와 서류, 책 한두 권 넣는 데 그친다. 하지만 이동 중에도 무선 인터넷을 활용해 수시로 업무를 처리하는 2010년의 비즈니스맨은 노트북에 충전기, 외장하드디스크, 마우스 등을 휴대하게 됐다. MP3플레이어에 PMP, 휴대용게임기 등 휴대용 전자기기가 늘어날수록 백팩 차림의 비즈니스맨을 만나기 쉬워졌다.

백팩은 캐주얼한 복장은 물론이고 비즈니스 슈트와 매치시켜도 활동성과 개성을 드러내기에 부족함이 없는 패션 아이템이다. 사진 제공 LG패션

‘자출족(자전거 출근족)’ 역시 손으로 드는 토트백이나 옆으로 매는 크로스백에 비해 백팩이 편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어깨에 메는 끈을 떼어 보이지 않게 수납하고 토트백처럼 연출할 수 있는 가방까지 선보이면서 백팩의 영역이 계속 넓어지고 있다.

정장 차림에 백팩으로 세련된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다면 백팩을 ‘배불뚝이’로 만드는 것은 금물이다. 가방이 불룩하면 옷이 밀려 맵시가 떨어지고 둔해 보일 뿐만 아니라 등에 쉽게 땀이 찬다. 가방 무게 때문에 슈트의 어깨 부분이 손상될 우려도 있다. 수납할 물건이 많다면 백팩의 어깨끈에 부드러운 패드가 덧대 놓은 제품이나 부드러운 가죽 소재의 백팩을 골라야 옷감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오염에 강한 나일론 소재의 백팩이 적당하다. 가공 처리된 가죽은 땀과 만나면 옷에 색이 배게 만들 수 있다 .

해외 출장이 잦은 직장인이라면 강화된 보안규정 때문에 검색대를 통과할 때마다 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는 고충이 있다. 시판 중인 백팩 중 일부 제품은 노트북을 넣은 채 활짝 열 수 있게 지퍼 처리를 해서 가방 속 소지품을 다 꺼내지 않고도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다. 카메라, 노트북, MP3플레이어, 휴대용게임기 등 전자기기를 많이 휴대하는 얼리어답터라면 각 전자기기가 뒤섞이지 않게 수납할 수 있도록 백팩 안에 구획이 잘 지어져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 주말엔 데이트용 아이템으로

금융업이나 컨설팅 분야에 종사한다면 무게감 있는 검은색 계열의 백팩이 무난하다. 중요 서류나 노트북 휴대가 간편하도록 실용적이고 조직적인 수납구조를 갖춘 제품이 적합하다. 브랜드 마케터처럼 세미 정장이나 캐주얼한 복장이 허용되는 직종은 일반 회사원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풍겨도 좋다. 멋스러운 가죽 소재로 브라운이나 밝은 톤의 베이지 컬러는 너무 보수적이지도 트렌디하지도 않고 깔끔하고 댄디한 느낌을 준다. 복장이나 스타일에 제약이 적은 창조적인 직업군이라면 스카이블루, 오렌지 등 튀는 컬러에 나일론 소재의 캐주얼한 디자인도 좋다. 평소 외부 비즈니스 미팅이 있을 때 백팩을 주로 사용한다는 LG패션 마케팅팀 이동준 대리(35)는 “브리프케이스를 들고 다닐 때보다 백팩을 들고 다닌 뒤로 ‘5년은 어려 보인다’는 말을 듣는다”고 말한다.

백팩은 출퇴근이나 출장용 외에도 활용도가 높다. 외출에 필요한 준비물을 모두 담을 수 있어 데이트할 때 메고 가도 무난한 아이템이다. 주말에 후드티나 면티, 데님 바지에, 스니커즈를 신고 백팩을 매치하면 활동적인 느낌을 줄 수 있다. 과도하게 튀거나 화려하기보다 댄디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주고 싶다면 브라운 컬러의 신발과 같은 계열의 가죽 소재 백팩, 역시 브라운 계열의 스트랩의 손목시계를 매치하면 트렌디하지만 차분한 느낌이 든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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