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책읽기]피를 팔았다… 피와 죽음을 맞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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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5일 03시 00분


“견딜 수 없는 세월이었다. 죽음은, 매일 모든 집의 문 앞을 서성거렸다.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기처럼 어느 집 앞에서 방향을 틀기만 하면 그 집은 영락없이 열병에 감염되었고, 다시 석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나면 누군가 침상 위에서 죽어나갔다.”

마오쩌둥을 모욕했다는 이유로 출간하자마자 판금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의 작가 옌롄커가 2년 만에 다시 한국 독자를 찾아왔습니다. 이번 작품 ‘딩씨 마을의 꿈’도 ‘국가의 명예에 큰 손상을 입힌’ 혐의(?)로 역시 판금된 문제작입니다. 그는 늘 중국 당국을 불편하게 만드는 ‘환영받지 못하는’ 작가인가 봅니다.

소설은 비위생적인 헌혈 바늘 사용으로 후천면역결핍증(AIDS·에이즈)에 집단 감염된 ‘딩좡’이란 마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는 마을 주민들의 피를 팔아 부를 축적한 아버지로 인해 독살당한 소년의 입을 통해 진행됩니다. 작가는 매혈로 에이즈에 점령당한 마을의 처참한 광경과 죽음의 공포 속에서 인간성이 말살되어 가는 과정을 냉정한 시선으로 그려냅니다. 그러나 이면에는 사랑과 생명에 대한 갈망이 숨어 있습니다. 작가는 “현실을 쓴 것인 동시에 꿈을 쓴 것이고, 어둠을 쓴 것인 동시에 빛을 쓴 것이며 환멸을 쓴 것인 동시에 여명을 쓴 것”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제 ‘강한 심장’을 준비하고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시길.

딩씨 마을의 꿈(옌롄커 지음·김태성 옮김·도서출판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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