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낙성대 인근 스튜디오에서 연습하고 있는 문인밴드 ‘말도안돼’의 노희준 박범준 황여정 박상 씨(왼쪽부터). 하재영 씨는 이날 늦게 오는 바람에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이들은 일주일에 2, 3회 씩 인디밴드 ‘레타나 수이사이드’의 멤버이자 문학평론가인 최정우 씨의 스튜디오에서 연습한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5일 오후 서울 한강 여의나루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에서는 출판사 자음과모음, 인터파크도서가 주관하는 ‘젊은 작가들과 함께하는 한강 선상파티’가 열렸다. 소설가 김태용, 해이수, 이지민, 안보윤 씨 등 젊은 작가 50여 명과 독자 2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환호성과 함께 걸그룹 ‘티아라’의 ‘처음처럼’을 록버전으로 바꾼 리메이크곡이 라이브로 울려 퍼졌다. 무대 매너와 의상, 공연에 대한 열정만큼은 어느 프로 밴드에 뒤지지 않는 이 아마추어 밴드는 국내 문단에서 처음으로 젊은 소설가들이 합심해 구성한 문인밴드 ‘말도안돼’다. 올 4월에 결성된 ‘말도안돼’는 이날 심수봉 ‘그때 그 사람’, ‘부활’의 ‘사랑이라는 건’ 등을 부르며 데뷔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말도안돼’는 5인조 밴드로 소설가 노희준, 박상, 하재영 씨가 각각 보컬, 기타, 베이스를 맡고 있다. 키보드는 자음과모음 편집자이자 소설가 황석영 씨의 딸인 황여정 씨가, 드럼은 국문학 석사과정 중인 독자 박범준 씨가 맡았다.
한국 문단에는 뮤지션 출신 작가들이 드물지 않다. 시인 성기완, 강정 씨 등은 밴드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이다. 하지만 문인들로 밴드를 구성해 활동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들은 밴드 활동을 결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젊은 작가들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몇몇 중견 및 원로 작가 외에 대부분의 젊은 작가들이 사실상 무명으로 살면서 독자들과 소통하지 못하고 있어요. 특히 소설가들은 골방에서 글만 쓰는 경향이 강한데 이제는 우리도 어떤 식으로든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도 있다고 봅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있는 작가는 독자가 보기에도 답답해 보일 거예요.”(박상)
밴드 이름으로 ‘안어울려’ ‘밀란 쿠데타’ 등이 물망에 올랐다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적합하다는 이유로 ‘말도안돼’로 정했다. “요즘 젊은 세대는 승산이 없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부터 따지거든요. 하지만 문학이야말로 불가능에 대해 이야기하는 거잖아요. 저희 밴드도 같은 맥락에 놓여 있는 거죠.”(노희준)
이 밴드 구성원들의 이력은 독특하다. ‘킬러리스트’ ‘X형 남자친구’ 등을 발표한 노 씨는 소설을 쓰기 전 미술학도였고, ‘이원식씨의 타격폼’ ‘말이 되냐’ 등을 쓴 박 씨는 홍익대 앞 삼겹살집 사장이었다. 경장편 ‘스캔들’ 출간을 앞두고 있는 하 씨는 발레 전공자다. 이것저것 재지 않고 좋다는 이유만으로 소설을 쓴 것처럼, “이대로 살긴 너무 지겹다”는 생각으로 밴드도 만들었다.
이들은 “록도 저항, 문학도 저항”이라며 “문학이든 밴드든 타인을 감동시키기 위해 내가 노력하는 과정이며 자신이 내는 소리를 누군가에게 들려준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문학과 달리 퇴고가 안 된다는 게 음악의 어려움”이라고 덧붙였다.
이 밴드가 다른 직장인 밴드와 다른 점이 있다면 뒤풀이 때 음악 이야기보다 문학 이야기를 더 많이 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뒤풀이 술자리를 합평으로 대체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이들은 “젊은 작가들이 생각만큼 고루하지 않다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용기를 갖고 뭉치게 됐다”며 “앞으로 불러주시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벌써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행사, 이음책방 등에서 공연 제의가 들어오고 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망설임이 없었다. “저희요? 끝까지 한번 가볼 생각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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