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31회 세계아마바둑선수권…우세를 날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 왕천 (중국) 7단 ● 송홍석 (한국) 7단
5라운드 6보(119∼137) 덤 6집 반 각 1시간

그냥 백 20의 자리에 이으면 무난한데 흑은 굳이 19로 변화를 구한다. 흑 19는 맥을 다루는 책에 종종 나오는 수. 흑 21로 단수 치는 것이 요령.

백도 그냥 잇고 싶은 기분은 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백 모양이 우형이기 때문. 백 22로 젖혀 흑 전체의 약점을 노리는 방향을 택한다. 흑 23으로 두 점을 따내고 백 24로 한 점을 다시 따낸 뒤 흑 25로 잇는 것까지는 필연.

국 후 이 대목에 대해 송홍석 7단에게 괜히 바둑을 복잡하게 만든 것이 아닌지 물었다. 그는 “이렇게 두는 게 오히려 깔끔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고 봤다”고 대답했다. 흑 29로 넘어가면서 모든 근심이 사라졌다는 것. 하지만 이렇게 완벽하게 정리된 것이 독이 됐다. 송 7단이 집중력의 끈을 놓아버린 것. 백 30 때 흑 31로 패를 따낸 것이 엉뚱했다. 이 수로는 당연히 참고도 흑 1로 늘어야 했다. 그랬으면 시끄러울 일이 전혀 없었다. 송 7단은 패를 따면 백이 이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백 36까지 중앙 백 집이 졸지에 15집으로 불어났다. 참고도였으면 10집 나기도 힘든 곳이었다. 흑은 이 착각으로 그동안 힘겹게 벌어놓은 우세를 거의 날렸다. 바둑은 원점에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흑이 미세하게 우세하지만 좌상 패가 어떻게 정리되느냐가 또다시 승부의 변수로 등장했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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