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日 음악가들 오현명을 노래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0일 03시 00분


■ 13일 베이스 故오현명 씨 1주기 추도 음악회

도다 유키코 씨(앞줄 왼쪽)를 비롯한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 멤버들과 오현명(가운데)이 2004년 일본 나라시노 시에서 공연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마을의…’ 단원 7명 중 5명은 13일 열리는 오현명 추모음악회에 참가해 연주를 펼친다. 사진 제공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
도다 유키코 씨(앞줄 왼쪽)를 비롯한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 멤버들과 오현명(가운데)이 2004년 일본 나라시노 시에서 공연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마을의…’ 단원 7명 중 5명은 13일 열리는 오현명 추모음악회에 참가해 연주를 펼친다. 사진 제공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
이 음악회에서는 도다 유키코 씨 등 성악가와 바이올리니스트, 플루티스트를 비롯한 일본 음악가 다섯 사람이 무대에 올라 윤용하 ‘보리밭’, 장일남 ‘기다리는 마음’ 등을 연주해 눈길을 끈다. 무엇이 이들을 이웃 나라 성악계 명사를 추모하는 무대로 불러들였을까.

고 오현명은 일본 도쿄 인근의 지바(千葉) 현 나라시노(習志野) 시에서 열리는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 음악회에 2004년부터 3년 연속 출연했다. ‘마을의…’은 나라시노에 사는 음악가들의 앙상블. 무사시노 음대, 도호학원 등 명문 음대 출신의 음악가들로 구성됐다.

그가 이곳에 초청받은 것은 제자인 도다 씨와의 인연 때문이었다. 구니타치 음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도다 씨는 졸업 후 서사모아에 여행을 갔다가 현지에 사는 한국인이 부르는 한국 가곡에 매혹됐다. 일본에 돌아온 뒤 한국 가곡 테이프를 찾아 들은 그는 한국 가곡의 서정미에 이끌려 한국 유학을 결심했다. 1984년 한국정부 초빙 유학생으로 한국에 온 뒤 3년 동안 한양대 대학원에서 오현명을 사사하며 한국 가곡을 연구했다. 일본에 돌아간 뒤에도 한국 가곡의 매력을 일본에 알리는 데 앞장선 그는 설득 끝에 오현명을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 음악회에 모셔왔다.

“함께 연주하는 음악가들 모두 오 선생님의 인간미에 빠졌죠. 피아노와 바이올린, 플루트 등의 실내악 반주로 ‘보리밭’ 등을 노래하셨는데, 이웃 나라의 선율을 처음 접하는 청중도 금세 열광하곤 했습니다.” 한국에서 ‘오 선생 1주기 추도음악회에서 연주해달라’는 전갈을 받았을 때 모임 회원 모두 콧날이 시큰해졌다고 했다. ‘돌아가신 뒤에도 우리를 한국에 부르시는 마음이 전해지는구나….’

베이스 오현명이 생전 피아노 반주로 한국 가곡을 연습하는 모습. 고인은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 ‘춘희’에 출연한 뒤 1990년대까지 오페라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변훈의 ‘명태’ ‘떠나가는 배’ 등 여러 한국 가곡을 탁월한 해석으로 재창조한 성악계의 큰 기둥이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베이스 오현명이 생전 피아노 반주로 한국 가곡을 연습하는 모습. 고인은 1948년 한국 최초의 오페라 공연 ‘춘희’에 출연한 뒤 1990년대까지 오페라 무대에서 왕성하게 활동했으며 변훈의 ‘명태’ ‘떠나가는 배’ 등 여러 한국 가곡을 탁월한 해석으로 재창조한 성악계의 큰 기둥이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메조소프라노 도다 유키코 등 5명 참가
“부모 같은 분”… 현지서 추모음악회도

이번 연주회에서도 이들은 ‘보리밭’을 연주한다. 오현명의 애창곡이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아무도 보이지 않고 저녁놀 빈 하늘만 눈에 차누나’라는 가사가 추모의 마음을 담아내는 듯해서다.

한국 연주에 앞서 ‘마을의 음악사랑 네트워크’는 6일 나라시노 시민회관에서 오현명 추모음악회 ‘불가능한 꿈’을 열었다. 크고 작은 오페라에서 오현명과 화음을 맞춘 평생지기 테너 안형일 씨(83·서울대 명예교수)를 초청해 ‘보리밭’ ‘고향생각’ 등을 협연했다. 안 씨는 “일본 청중의 반응이 뜨거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오 선생은 우리 가곡을 연주 면에서 독자적인 경지로 끌어올린 주인공이며 인간적으로도 소박하고 친근미가 넘치는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13일 콘서트에는 베이스 이요훈, 테너 나승서, 베이스 김재찬 씨 등 고인의 제자들이 한국 가곡과 오페라 아리아 등을 노래한다. 오세종 씨(서울시합창단 예술감독)가 지휘하는 제자들의 합창도 펼쳐진다. 안형일 씨는 역시 고인과 친분이 두터웠던 피아니스트 이성균 씨(서울대 명예교수) 반주로 변훈의 ‘떠나가는 배’를 노래한다. 2만∼10만 원. 02-2231-9001∼2, 02-580-1300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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