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발발 60년을 기념해 민족의 비극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한 공연들이 잇따라 무대에 오르고 있다.
극단 목화레퍼터리컴퍼니는 13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내 사랑 DMZ’(오태석 작·연출)를 공연한다. 6·25전 참전 16개국 순회공연을 추진 중인 이 작품은 비무장지대(DMZ) 야생동물들이 DMZ에 묻혀있는 6·25전 참전 병사들을 살려내 생태계 파괴를 막는 군사작전을 펼친다는 동화적 이야기를 통해 환경과 반전의 메시지를 녹여낸다. 쇠똥구리부터 곰까지 수십 종 동물의 특징을 포착한 해학적 연기와 우리말의 3·4조 운율을 살린 풍자적 대사가 관람 포인트다.
12∼20일 경기 의정부에서 열리는 제16회 창무국제무용제의 주제는 ‘전쟁, 예술 그리고 치유’다. 13일 오후 5시 의정부예술의전당 야외무대에서 개막 축하공연으로 6·25전쟁과 천안함 폭침사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황해도 오구굿이 펼쳐진다. 18일 오후 8시 의정부예술의전당 대극장에서는 피란민들의 모습을 형상화한 창무회의 ‘얼음강’, 거제도 포로수용소를 소재로 한 툇마루무용단의 ‘나팔꽃’, 생생하던 전쟁의 기억이 점점 더 낯설어지는 현실에 관한 트러스트무용단의 ‘자메뷰-기억의 오류’가 공연된다.
민중극단이 18∼27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할 ‘6·25전쟁과 이승만’(정진수 작·연출)은 탈수정주의 시각에 입각한 기록극이다. 6·25전쟁사에서 우남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까지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북진통일론을 외치다 북한의 기습에 허를 찔렸고, 국민에게 전황을 속이고 한강 이남으로 빠져나간 직후 한강대교를 폭파하도록 했으며 이로 인한 정치위기를 부산 정치파동이란 공작정치로 돌파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우남은 6·25전쟁의 정전협상을 지렛대 삼아 한미방위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국이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한 공로도 크다.
연극은 우남의 이런 긍정적 면모에 초점을 맞췄다. 1953년 6∼8월 서울 경무대(지금의 청와대)에서 우남이 2만7000여 명의 반공포로 석방이라는 ‘깜짝 카드’로 미국을 압박해 한미방위조약 체결을 끌어낸 외교적 협상 과정을 사실적으로 극화했다.
대형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한국뮤지컬협회와 국방부가 손잡고 8월 21∼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릴 ‘생명의 항해’다. 총감독 윤호진, 극본 김정숙, 연출 권호성, 무대 박동우, 작곡 미하엘 슈타우다허 등이 제작에 참여할 이 작품은 1950년 12월 중공군과 미군이 혈전을 벌인 장진호 전투와 북한 주민 10만 명을 배에 태워 구출한 흥남 철수작전을 극화한다. 군복무 중인 이준기 주지훈 김다현 등 스타급 연기자가 대거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대를 모았던 조승우와 조인성은 전역 문제 등으로 캐스팅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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