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정치인 아내의 명품 구설수… 심은하는 왜 예외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6월 11일 03시 00분


해외 영부인은 유행 이끄는 ‘패션 아이콘’ 통해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타조가죽 버킨백(2500만∼4000만 원), 샤넬의 투톤 슈즈(150만∼170만 원),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자 셈피오네의 아이보리색 코트(147만 원),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미스지콜렉션의 감색 원피스(100만 원대)….

지방선거일인 2일 자유선진당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한 지상욱 씨와 함께 투표소를 찾은 심은하의 패션 아이템 목록이다. 이 패션은 팬들의 찬사를 받으며 순식간에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이날 코트를 협찬한 업체 관계자는 “미디어 노출 효과를 고려해 협찬을 결정했는데 코트가 매진됐다”고 전했다. 선거 후 심은하는 이 코트를 직접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선 운동이 한창이던 2007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선 후보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에르메스의 켈리백을 든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심은하와 달리 김 여사는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선거와 후보의 비중에서 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정치인의 아내였다. 그럼에도 대중의 반응이 달랐던 이유는 뭘까.

그동안 전 세계 패션계는 큰 변화를 겪었다. 모델이나 스타의 몫이던 패션 아이콘 지위를 퍼스트레이디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의 미셸 오바마와 프랑스의 카를라 브루니는 각국의 패션 산업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민간 외교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데이비드 캐머런 새 영국 총리의 취임과 함께 198년 만에 영국 최연소 퍼스트레이디로 등장한 서맨사 캐머런도 이들의 계보를 잇고 있다.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서맨사가 입고 쓰는 모든 것들이 화제가 되면서 ‘서맨사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고 4일 보도했다. 고급 문구와 액세서리 브랜드 스마이슨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출신인 그는 스텔라 매카트니, 버버리 등 영국의 명품 브랜드 의상을 막스앤스펜서 같은 중저가 의상과 매치하는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이는 미국 디자이너의 고급 드레스를 중저가 브랜드 제이크루와 함께 입는 오바마 여사의 전략을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직접 기획한 고급 핸드백 낸시백이 영국에서 ‘잇 백’으로 꼽힐 정도로 그 자신이 영향력 있는 패션 피플이라는 점은 모델 출신인 브루니 여사와 비교되기도 한다.

패션정보회사 PFIN의 이정민 이사는 “브루니는 혹평 받던 디오르의 컬렉션 의상을 공식 석상에 선보여 매진 현상을 빚는 기적을 일으켰고, 오바마가 선택한 신진 디자이너들은 하루아침에 글로벌 스타가 됐다”며 “정치인 아내들이 각국의 패션 산업과 국가 이미지 향상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심은하 패션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은 한국에서도 유력 정치인의 아내가 패셔니스타로 떠오르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일까. 지난 대선 때 이명박 대통령의 스타일링을 맡았던 ‘퍼스널 이미지연구소’ 강진주 소장은 “심은하 패션이 인기몰이를 한 것은 사람들이 그를 정치인의 아내보다 톱스타로 인식해 빚어진 현상일 뿐”이라며 “옷로비나 명품과 관련된 각종 부패 스캔들을 겪은 우리 국민은 여전히 정치인과 그 아내가 고급 브랜드를 입는 데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말했다.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간호섭 교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국제 행사에서 선보이는 퍼스트레이디들의 패션은 전 세계적인 광고 효과를 내는 만큼 이에 따른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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