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당신이 단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승부를 걸고 싶다면 선글라스를 장만했으면 한다. 행여 선글라스를 강렬한 태양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로만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오산일 수 있다. 선글라스는 면 티셔츠와 청바지의 기본 캐주얼 차림에도,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에도 가장 빠르고 쉽게 ‘에지’를 불어 넣을 수 있다.
최근 가장 두드러지는 선글라스 유행 스타일은 크게 두 가지다. 얼굴을 절반쯤 가리는 복고풍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와 잠자리 눈 모양의 보잉 선글라스다. 두 스타일 모두 렌즈의 사이즈가 커지고, 안경테의 색상과 커팅은 대담해졌다. 세계 여성들의 패션 교과서인 영화 ‘섹스 앤드 더 시티 2’에서도 주인공 캐리 브래드쇼(세라 제시카 파커)가 선택한 선글라스는 벨기에 디자이너 베르나르 빌헬름이 디자인한 화려한 금색 보잉 선글라스였다.
선글라스는 웬만해선 남녀 구분이 따로 없다. 그동안 여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사각 프레임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가 올해엔 남성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남성들이 많이 썼던 보잉 선글라스를 선호하는 여성도 많아졌다. 국내에선 톱 모델 장윤주가 보잉 선글라스 마니아로 꼽힌다. 자유분방한 느낌을 주는 보잉 선글라스는 가벼운 메탈 소재와 컬러풀한 빈티지 보잉 스타일이 공존한다. 자, 이제 당신의 선택만 남았다.
○ 주요 컬렉션의 선글라스 패션
올여름 ‘드리스 반 노턴’과 ‘엘리 기시모토’는 흰색, ‘모스키노’와 ‘마르니’는 핫 핑크, ‘프라다’는 초록색, ‘미소니’는 빨간색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선보였다. 1950년대 재클린 케네디가 즐겨 착용했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가 올해엔 화려한 색상과 미래주의적 조형 디자인을 내세워 강렬한 액세서리로 떠오른 것이다.
이와 동시에 흰색과 베이지색, 간결한 실루엣으로 1990년대에 이어 ‘뉴 미니멀리즘’ 패션 시대를 맞고 있는 요즘엔 은은한 ‘허니(honey·꿀)’ 색상도 선글라스에 적용됐다.
허니 색상의 오버사이즈 뿔테인 ‘보테가 베네타’와 ‘에트로’, ‘니나리치’ 선글라스는 복고풍의 고급스러움을 내세운다. 주요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선글라스 제조회사인 사필로코리아의 김민성 부장은 “심플하면서도 에지 있는 패션을 추구하는 고객들은 이젠 옷보다 선글라스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며 “선글라스에 호피 무늬와 큐빅 장식 등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검은색 뿔테도 한층 두꺼워졌다. ‘유나이티드 뱀부’의 검은색 뿔테는 폭이 1cm 정도라 얼굴에 강렬한 선을 긋는다. 한마디로 이번 시즌 선글라스는 일단 ‘튀는’ 걸 고르는 게 좋겠다. 은은한 허니 색상도 오버사이즈와 만나면 결코 평범하지 않다.
보잉 선글라스의 경우 ‘보스’는 메탈 소재의 날렵한 프레임으로 모던 클래식 스타일을 제안하는가 하면, ‘디젤’은 렌즈 사이를 두 줄로 연결해 터프한 멋을 풍긴다.
디자인이 화려한 선글라스는 안경렌즈를 바꿔 일반 안경으로 착용해도 멋스럽다. ‘미스지 컬렉션’의 디자이너 지춘희 씨가 평소 패션에 에지를 더하는 ‘비밀병기’ 노하우다.
○ 선글라스를 패셔너블하게 코디하는 법
이젠 실전이다. 어떤 선글라스를 어떤 옷과 매치하면 좋을까. 사필로 코리아의 촬영 협조로 여성과 남성의 선글라스 코디 스타일을 각각 세 가지씩 제안한다.
여성들이 여름에 많이 입는 민소매 원피스에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여성미가 오히려 돋보인다. 분홍색 꽃무늬의 ‘마크 제이콥스’ 원피스에 크리스털 장식이 있는 금색 ‘스티브 매든’ 샌들을 신고 ‘마크 제이콥스’의 오버사이즈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올해 강력한 패션 트렌드로 떠오른 이른바 ‘청-청’ 패션(상하의를 모두 진 소재로 입는 패션)엔 보잉 선글라스가 제격이다. 엄지발가락을 끼워 신는 ‘스티브 매든’의 통 슬리퍼에 자연스럽게 물을 뺀 청 조끼와 청바지를 입고 렌즈 사이를 두 줄로 연결한 중성적 느낌의 선글라스를 매치했다(디젤).
요즘엔 복고풍 패션의 영향으로 치마든 바지든 허리선이 부쩍 높아졌다. ‘코데즈컴바인’의 통 넓은 하이 웨이스트 청바지에 ‘보브’의 긴 재킷을 입고 ‘구치’ 선글라스를 매치했다. 이 선글라스 테의 옆면엔 대나무 장식이 돼 있어 복고 느낌을 한층 더한다.
한편 트렌디한 남성들 사이에서 인기 급상승 중인 반바지 정장 차림엔 날렵한 금속 테의 보잉 선글라스를 착용해 격식을 차리면서도 무겁지 않은 느낌을 냈다(휴고보스). 청바지 차림엔 ‘디젤’ 보잉 선글라스를 꼈다.
노란색 줄무늬 티셔츠와 흰색 바지, 흰색 구두로 깨끗하게 연출한 캐주얼 차림에는 위에만 테가 있는 반 무테 선글라스로 경쾌한 느낌을 더했다(구치). 이때 흰색 바지는 밑단을 살짝 접어 발목이 드러나게 하는 게 시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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