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떠돌이’라고 부르는 수컷 고양이는 자기 잘난 맛에 산다. 목줄에 매인 강아지를 “사람들에게 재롱이나 부리며 먹을 것을 구걸하는 녀석들”이라고 비아냥거리는 식이다.
어느 날 고양이는 자전거에 치일 뻔했다. 그때 고양이를 구해준 사람은 영숙이. 영숙이는 매일 카스텔라와 우유를 창가에 내놓으며 고양이를 집으로 초대하곤 했다. 고양이는 고마워하기는커녕 ‘내가 예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며칠 뒤 영숙이 집에 강아지 ‘단비’가 들어왔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고양이는 영숙이네 집에 들어가 살기 시작했다. 놀아달라는 단비의 부탁을 늘 냉정하게 거절하던 고양이는 어느 날 단비의 오른쪽 뒷다리가 유난히 짧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럴 즈음에 영숙이가 아무런 소식도 없이 며칠 동안 집에 오지 않았고 이기적인 고양이는 단비를 버려두고 집을 떠났다.
새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만 혼자 있을 단비가 마음에 걸려 편히 잠을 자지 못했다. “고양이가 앙숙지간인 개를 걱정하다니….”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도 놀란 고양이는 영숙이네 집으로 돌아왔다. 꿈에 나타난 어머니의 충고도 컸다. “진짜 어른이 되기 위해서는 세상에서 배워야 한단다. 내면이 어른이 되어야 진짜 어른이야.”
사흘이나 굶고 있던 단비를 위해 고양이는 생애 처음으로 도둑질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훔친 우유와 카스텔라를 힘겹게 단비에게 먹이고 꾀죄죄한 단비를 품에 안고 혀로 핥아 몸단장까지 해줬다. 누군가를 위해 마음을 쓰기는 태어나서 처음이다. 단비를 핥는 고양이는 가슴속 저 밑에서 따뜻한 기운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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