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당차지만 아직 알차진 않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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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6월 22일 03시 00분


안은경 씨가 19일 ‘Purity 안은경의 피리’ 공연에서 창작곡 ‘개구리에게’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은경 씨
안은경 씨가 19일 ‘Purity 안은경의 피리’ 공연에서 창작곡 ‘개구리에게’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 제공 안은경 씨
안은경 피리콘서트
연주력 ★★★☆ 앙상블 ★★★★ 무대 구성·영상 ★★★


대한민국 축구에 박지성이 있다면, 대한민국 해금엔 강은일이 있다! 월드컵 시즌인 요즘 필자가 종종 하는 말이다. 둘의 공통점을 세세히 말할 지면이 없어 아쉽지만, 둘 다 음악 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뛰는 ‘악바리’라는 말은 해두고 싶다.

왜 갑자기 박지성이고, 강은일이냐고? 안은경이라는 피리연주가를 정확히 짚기 위함이다. 안은경은 이전에 퓨전국악밴드 ‘강은일과 해금플러스’에서 활동했다. 강은일의 백밴드를 하면서 강은일처럼 자기 음악 세계를 찾아가려던 그의 꿈은 지난해 첫 음반 ‘퓨리티(Purity)’를 낸 것을 발판으로 가다듬어지고 있다. 19일에는 일종의 중간 결산처럼 서울남산국악당에서 ‘Purity 안은경의 피리’ 콘서트를 열었다.

강은일을 ‘해금플러스’가 든든하게 받쳐주는 것처럼, 안은경과 밴드(어쿠스틱기타, 콘트라베이스, 퍼커션 2)의 호흡도 꽤 괜찮았다. 강은일과 안은경 두 사람은 선호하는 작곡가(류형선 신창렬)도 같다. 안은경의 대표곡 ‘나무가 있는 언덕’(2003)은 이젠 오래된 느낌이다. 마치 강은일의 ‘오래된 미래’(2003)나 2002년 월드컵 때 박지성의 플레이를 보는 느낌이다. ‘그때’는 대단했지만, 지금은 분명 한계가 확연하다. 추억을 음미해 주는 곡으로선 의미가 있다.

이런 안은경을 ‘피리계의 강은일’로 불러도 좋다. 하지만 ‘제2의 강은일’이라고 부르기에는 주저함이 있다. 안은경이라는 연주자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현재로선 ‘당차지만, 아직 알차진 못하다’는 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겁 없이 음악을 만들어내고, 음악적 가능성도 높다. 무대 위에서 스스로가 즐기면서 연주하는 모습은 한없이 예쁘지만 치열함은 부족하다. 그의 ‘개구리에게’도 재미있는 곡이지만, 강은일의 ‘헤이 야’에 비하면 구성이나 연주가 좀 떨어진다. 이 음악이 더 설득력을 가지려면 작품 속에 즐거운 긴장이 더 들어가야 하고, 연주면에서 짜임새가 느껴지는 즉흥성이 더욱 드러나야 한다.

안은경과 축구선수 기성용을 비교하면 어떨까? 크게 될 가능성이 누구보다 높다. 둘 다 흐름을 읽고 있고, 호흡을 조절할 줄 안다. 나이답지 않은 여유에 칭찬을 보내고 싶다. 반면 인생에서나 필드에서나 서두르지 않는 게 그들의 미덕이자 아쉬움이다. 모두 필드에서 좀 더 신나게 뛰어주었으면 좋겠다. 강은일과 박지성처럼 ‘악바리 근성’을 풍겼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강은일과 박지성에게서 ‘헌신적 플레이’를 배웠으면 좋겠다.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 혼을 담은 플레이에서 우리는 감동을 받는다.

윤중강 국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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