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아름답게 사는 삶을 희망한다. 우리의 삶이 만약 축제와 같다면, 그 힘든 지상의 ‘삶’에서 ‘천국’으로의 계단을 밟을 수 있을 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전국적으로 연중 천 개에 가까운 축제들이 진행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길거리에 걸려 있는 현란한 플래카드와 포스터들은 연일 축제의 시작과 성대함을 알리고, 언론은 축제의 흥겨움과 성과를 전하는 소식으로 풍성하다…이제 축제를 돌아볼 때다. 그렇게 많은 축제가 존재하는데도 정작 우리의 삶은 왜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바람축제 - 햇살축제는 어때요? ◇ 축제와 문화콘텐츠/김영순 최민성 등 지음/다듶미디어
철학 사회학 문화학 교육학 전공자와 축제 실무기획자 8명의 저자가 던지는 질문은 주변의 수많은 축제를 진정한 축제의 시선으로 본 적이 없음을 깨닫게 한다. 동시에 주변의 많은 축제가 의례적인 행사가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이 책은 축제의 철학적 의미부터 축제의 콘텐츠를 구성하는 구체적인 방법에 이르기까지 축제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에게 방법론을 일러준다. 축제를 만드는 사람과 축제를 즐기는 사람 모두 아름다운 삶을 가질 수 있도록 바라는 마음에서다.
인간은 거의 매순간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를 고민하며 노동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호모루덴스’(놀이하는 인간)를 주창한 네덜란드 문화인류학자이자 문화사가인 하위징아는 놀이는 일정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속에서 자유롭지만 규칙을 따라야만 하는 자발적인 행위로 봤다. 놀이의 특징으로는 일상성의 탈피, 긴장감, 반복성 등을 들었다. 그러면서 축제를 놀이의 최고 형식으로 이해했다.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는 축제를 ‘억압되었던 감정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로 이해한다. 왜 축제가 발생했는가에 대한 대답은 본질적으로 놀이를 추구하고 향유하려는 인간의 속성에 있다.
축제의 기원을 쫓다 보면 신화나 제의와 만난다. 기원전 800년경 그리스 농부들에 의해 풍요와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기리는 제의뿐만 아니라 고구려의 ‘동맹’, 부여의 ‘영고’ 등 우리의 고대 부족국가에서 행해지던 제천의식도 있다. 이때는 온 나라 사람이 축제 속에서 신과 교섭한다는 믿음을 갖고 음주가무를 즐겼다. 고대의 축제는 연대감, 우정, 황홀경을 체험하는 좋은 기회였지만 현대에 와서는 그 의미가 크게 줄어들었다. 영화, 사이버공간, 각종 레저산업 등에서의 체험에 그 역할을 빼앗겨 일상적인 문화소비의 현상으로만 남게 됐다.
국내 축제를 분석하면서 전남 함평의 나비축제에 주목했다. 함평에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진 대표적인 관광지가 없다. 관광 부존자원의 부재가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 창출을 자극했다. ‘나비’라는 상징 하나로 한국의 대표적인 우수 축제로 자리 잡았다. 상징은 그만큼 큰 힘을 지닌다. 함평이라는 지역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었지만 ‘나비를 보러 함평으로 오세요’라는 캐치프레이즈는 도시민들의 정서를 단번에 움직였다. 나비는 환경의 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일종의 지표생물이다. 함평군은 사람들이 나비를 통해 친환경의 기호를 읽을 수 있도록 축제를 기획했다. 나비와 관련된 도가적 설화들을 발굴하고 다양한 나비 문양·민화 전시회 등을 기획함으로써 나비축제는 더 크게 확장할 있다고 제안한다.
성공적인 축제 기획을 위한 아이디어는 부천 국제판타스틱영화제, 일본의 종이축제 등에 대한 사례 분석에서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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