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토이카메라,‘가벼움’의 쌈박한 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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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토이카메라 플라스틱 렌즈의 색상 왜곡 효과를 잘 활용하면 실제보다 파란 느낌이 강한 하늘색을 얻을 수 있다(앞·사진 제공 권수민 씨).
같은 필름을 여러 번 촬영하면 이미지가 겹쳐 환상적인 느낌이 난다(가운데·사진 제공 이영지 씨).
동적인 피사체를 렌즈가 여럿 달린 샘플러 기종으로 찍으면 영화 필름과 비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뒤·사진 제공 안지숙 씨).
《어렸을 적 지방 출장을 다녀오신 아버지가 선물로 사다 주신 장난감 카메라는 무선조종 자동차에 밀려 그 자리를 내줄 때까지 장난감 재산 목록 부동의 1위였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찰칵’하고 셔터를 누를 때마다 서울 남산타워에서 경주 첨성대로, 다시 돌하루방이 있는 제주도로 순식간에 바뀌는 풍경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요즘도 장난감 카메라의 매력에 푹 빠진 이들이 있다. 물론 ‘장난감(Toy) 카메라’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미리 촬영된 화면을 돌아가며 보여주는 그 옛날의 장난감 카메라와는 많이 다르다. 요즘의 토이카메라는 저렴한 플라스틱 렌즈를 장착한 초소형 필름카메라를 말한다.》

○ 진짜 아날로그의 매력에 빠지다

경기 파주에 사는 안지숙 씨(26·여)는 7년 전 인터넷쇼핑몰에서 귀엽고 앙증맞은 토이카메라를 접한 뒤로 토이카메라를 하나둘씩 수집하기 시작했다. 한때 토이카메라만 25개를 보유한 적도 있었다. 렌즈가 여럿 달린 ‘샘플러’부터 코니카나 후지 같은 유명 브랜드의 토이카메라, 1970, 1980년대 러시아에서 생산됐다가 현재는 단종된 제품까지 보유한 기종도 다양하다. 신제품인 기종도 있지만 ‘e베이’ 같은 해외 온라인 장터에서 중고 매물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검색을 반복하는 ‘잠복’을 통해서 마련한 기종들도 적지 않다.

그의 토이카메라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똑딱이’로 불리는 디지털카메라 1대를 제외하면 가지고 있는 모든 카메라가 토이카메라다. 워낙 토이카메라를 좋아하다 보니 복잡한 회로 고장을 제외하면 웬만한 수리는 직접 할 정도로 반쯤은 토이카메라 ‘도사’가 됐다.

평범한 사진 동호인을 단숨에 수집가로 변신시킨 이 ‘애들 장난감 같은’ 카메라의 매력은 무엇일까. 안 씨는 “값싼 플라스틱 렌즈를 통해 얻어지는 낡고 바랜 듯한 사진의 색감을 디지털카메라나 고가의 필름카메라의 멀끔한 색감보다 좋아해서”라고 말했다. 방금 인화해도 마치 10년 전 촬영한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이미지때문에 토이카메라를 손에서 뗄 수 없다는 것. 안 씨가 요즘 사랑에 빠진 피사체는 노을이 지는 하늘. 쨍하니 맑은 날의 파란 하늘은 그 다음이다. 색상을 왜곡시켜 실제보다 강렬한 색감을 선사하는 ‘싸구려’ 플라스틱 렌즈의 장점을 최대화하는 최적의 피사체이기 때문이다.

○ ‘토카’, 그 가벼움의 미학

인천 서구 석남동에 사는 이영지 씨(28·여)는 디지털카메라 동호인이었다가 필름카메라와 토이카메라 세계에 빠진 사례. 이 씨는 “DSLR 같은 고사양 카메라의 매력을 부정하지 않는다”면서도 “더 좋은 보디, 더 좋은 렌즈를 끊임없이 추구하는 몇몇 사진 동호인들의 태도가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놨다. 고만고만한 성능의 카메라를 가지고, 촬영의 결과물보다 과정에서 더 큰 재미를 찾는 토이카메라의 가벼움이 좋다고 했다.

예전에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이 씨는 토이카메라를 잡고 난 뒤로 토이카메라 동호인 친구들과 서로의 자연스러운 일상을 찍어주는 재미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 번은 고궁으로 출사를 나갔다가 토이카메라를 보고 신기해하는 사람들에게 선뜻 자신의 카메라를 빌려준 것을 계기로 토이카메라 동호인이 된 친구들도 있다고 했다. 낯선 이에게 선뜻 빌려줄 수 있는 카메라. 이 씨가 말하는 토이카메라의 가벼움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토이카메라 동호인들 중에는 여성들이 많은 편이다. 촬영 자체를 즐기지 않더라도 탄성이 나올 만큼 앙증맞고 깜찍한 토이카메라의 감각적인 디자인 덕분에 패션소품처럼 활용되기도 한다. 필름여행 유성희 과장은 “동호인 중에서도 남성들은 고가의 토이카메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일본제품이 주류를 이뤘던 토이카메라 시장은 최근 값싼 중국산이 많이 소개되면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5만∼6만 원대 제품이 가장 많고, 중국산은 2만∼4만 원 선이면 살 수 있다. 10만∼20만 원대 중에는 촬영기술만 제대로 익히면 고가의 필름카메라 못지않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제품들도 적지 않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디자인=공성태 기자 coon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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