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360° 촬영… 돋보기 접사… 아이디어로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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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일 03시 00분


《플라스틱 렌즈를 사용하는 토이카메라는 결과물의 품질만 놓고 보면 고가의 렌즈와 각종 이미지 보정 기술로 무장한 ‘디카’나 ‘필카’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하드웨어’의 열세를 다양한 촬영기술이라는 ‘소프트웨어’로 만회하는 재미가 토이카메라의 대표적인 매력이다.

이미 한 차례 촬영한 필름을 다시 카메라에 넣고 촬영해 중첩된 이미지를 얻는 ‘다중노출’은 시도하기 쉬워, 일반 필름카메라 동호인들도 많이 활용하는 기법이다. 두 개 이상의 이미지가 합쳐지면서 판타지 소설 속 공간 같은 몽환적인 느낌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한 번 촬영한 필름을 친구와 맞교환해 다중노출 촬영을 해 보는 것도 이색적인 체험이다.》

○ 망칠 걱정 버리고 찍는 재미에 집중

가까운 사물을 선명하게 찍어내는 접사 능력이 떨어지는 토이카메라의 단점은 문구점에서 산 돋보기를 렌즈 앞에 놓는 것만으로도 커버할 수 있다. 사진의 우연성과 재미를 추구하는 일부 마니아들은 촬영이 끝난 필름에 의도적으로 빛을 쬐여 손상을 시키기도 한다. 화장실처럼 불이 꺼진 암실에 손전등을 비춘 뒤 사진을 인화해 보면 조명과 같은 색깔이 번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필름에 직접 빛이 닿으면 아예 못 쓸 수도 있으니 반투명 재질의 탁구공에 빛을 투과시키는 방식을 토이카메라 마니아들은 추천한다. 2003년부터 토이카메라를 쓰고 있다는 권수민 씨는 “토이카메라를 머리나 배 위에 올려놓고 셔터를 누르는 아주 간단한 방법만으로도 눈으로 뷰파인더를 보면서 찍은 것과는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토이카메라는 보통 접사촬영 기능이 없지만 돋보기를 활용하면 렌즈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왼쪽 사진)
 로모그래피의 다이아나 F+기종으로 촬영한 강아지 사진. 사진 제공 권수민 씨·로모그래피코리아
토이카메라는 보통 접사촬영 기능이 없지만 돋보기를 활용하면 렌즈와 가까운 거리에 있는 물체도 선명하게 찍을 수 있다.(왼쪽 사진) 로모그래피의 다이아나 F+기종으로 촬영한 강아지 사진. 사진 제공 권수민 씨·로모그래피코리아
○ 초심자, 자동 초점 조절 제품으로

토이카메라는 크게 일반필름을 쓰는 기종과 중형필름을 쓰는 기종으로 나뉜다. 후자는 사진의 품질이 좋아서 사진 애호가들도 즐겨 사용한다. 홀가 시리즈나 다이아나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렌즈가 여러 개 달린 샘플러도는 대표적인 토이카메라다(1만2000원대). 요즘은 플래시를 연결할 수 있거나 아예 내장돼 있는 토이카메라도 많다. 토이카메라 동호인 사이에서 ‘그사람’이라는 작가명으로 유명한 로모그래피코리아의 온라인 마케팅 매니저 안욱환 씨는 “토이카메라는 제품별 개성 차이가 크기 때문에 결국 여러 기종을 갖게 된다”며 “초심자라면 따로 초점 조절을 하지 않아도 되는 PCI 타입이나, 액션샘플러, 컬러스플래시 카메라 등이 무난하다”고 말했다. 작은 토이카메라를 투명 아크릴 케이스로 감싸 방수기능을 추가한 제품(6500∼7000원대)도 인기 품목이다.


토이카메라에 익숙해지면 다이아나와 다이아나 미니, 홀가처럼 사용자가 경통을 돌려 초점을 맞추는 제품으로 넘어가면 된다. 유리렌즈를 사용해 일반 필름카메라와 다름없는 품질의 사진을 자랑하는 로모그래피의 LC-A도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기종.

1300K(www.1300k.com), 10×10(www.10×10.co.kr), 로모그래피코리아(www.lomography.co.kr) 등 온라인 장터는 토이카메라의 구색이 다양해 동호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네이버 카페 ‘하프&토이카메라’ 같은 동호회에서는 촬영기법이나 공동구매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다른 사람이 찍은 작품도 감상할 수 있다.

○ 필름 구매, 현상은 알뜰하게

필름 현상과 구매에 비용이 지속적으로 든다는 점은 토이카메라 사용자들의 영원한 고민. 요즘은 필름을 현상해 얻은 이미지를 스캐닝해 CD나 USB 같은 저장장치에 옮겨 담은 뒤 인화하고 싶은 사진만 골라 인화할 수 있다. 대형마트 인화점을 찾으면 동네 사진관보다는 다소 저렴한 가격에 이미지 스캐닝을 받을 수 있다.

몇 통만 구입해도 토이카메라 가격을 훌쩍 뛰어넘는 필름은 더 큰 부담이다. 화창한 날 낮에만 촬영한다면 값싼 감도 100짜리 필름도 괜찮다. 다만 실내촬영을 한다면 감도 200이상의 필름을 사용해야 이미지가 흔들리기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필름제품과 토이카메라를 전문으로 다루는 필름여행의 유성희 과장은 “필름 가격이 부담스러운 토이카메라 유저라면 후지나 코닥, 아그파 등 유명 브랜드 대신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필름을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말했다.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
렌즈 4개가 ‘차∼알칵’, 오호∼
액션샘플러 찍어보니…


로모그래피의 액션샘플러는 토이카메라 동호인들이 하나쯤은 보유하고 있는 기종이다. 입문용으로 적합하다는 추천도 있었다. 처음 손에 쥔 느낌은 편의점에서 파는 일회용 카메라와 비슷했다. 렌즈와 몸통, 셔터 모두 플라스틱 소재라 필름을 넣어도 전혀 무겁지 않았다. 액션샘플러의 가장 큰 특징은 카메라 렌즈가 4개나 된다는 것. 220V짜리 콘센트 구멍 두 쌍이 나란히 나 있는 모양이다.

로모 다이아나 F+, 로모 피시아이, 디스데리 3렌즈 카메라, 다이아나 미니 
헬로키티(위부터) 사진 제공 로모그래피코리아, 필름여행
로모 다이아나 F+, 로모 피시아이, 디스데리 3렌즈 카메라, 다이아나 미니 헬로키티(위부터) 사진 제공 로모그래피코리아, 필름여행
셔터를 누르자 일반 디카나 필카처럼 ‘찰칵’ 하는 것이 아니라 ‘차∼∼알칵’ 하는 소리가 났다. 렌즈 4개가 각각 약간의 시차를 두고 작동하기 때문에 셔터 소리도 길다. 한 번에 필름 1컷을 4분할해 사용해 인화하면 한 때 유행한 스티커 사진과 비슷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카메라를 들고 볕 좋은 광화문 광장으로 나선다. 감도가 떨어지는 싼 필름으로는 한낮 시간을 제외하면 좋은 품질의 사진을 얻기가 어렵다는 토이카메라 동호인들의 조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각각의 렌즈가 시차를 두고 노출되는 이 기종의 특징은 정적인 피사체보다는 동적인 피사체에서 재미있는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세종로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들 곁에서 몰래 ‘차∼∼알칵’(사진). 이번에는 광화문 광장 분수대에서 물놀이에 여념이 없는 어린이들을 향해 연방 셔터를 누른다. 24장짜리 필름 한 통이 그새 다 떨어진다. 조심스레 필름을 감아서 집 근처 사진인화점에 맡기자 1시간도 안 돼 사진 이미지가가 담긴 CD를 건네준다. 필름 한 롤 현상에 드는 비용은 5000원.

노트북에 CD를 넣고 이미지 파일을 차례차례 열어본다. ‘아뿔싸!’ 탄식이 절로 나온다. 피사체에 다가갈 용기가 없어 주뼛댄 탓에 멀찌감치 찍힌 사진 속 인물들은 밋밋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대부분 정적인 피사체를 택한 탓에 4분할 사진 모두가 그게 그것 같다. 그나마 바삐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을 옆에서 찍은 컷 정도가 건질 만한 사진이다. 실망스러운 첫 출사의 결과물이지만 좌절은 금물이다. 토이카메라의 재미는 잘 찍는 것보다 찍는 즐거움을 배우는 것에서 시작되니까. 가방 안에는 이미 새로운 필름으로 포식한 토이카메라가 주인의 다음번 출사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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