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성 음악팬들을 설레게 해온 꽃미남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류(22)가 본격적 한국 팬 공략에 나선다. '바이올리니스트 고토 미도리(39)의 남동생'으로도 널리 알려진 그는 2일 8시 호암아트홀에서 첫 내한 리사이틀을 열고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10번과 프로코피예프 소나타 1번 등을 토다 아야코 피아노 반주로 연주한다. 지난해 6월 호암아트홀 디토 페스티벌에 협연자로 출연해 파가니니 협주곡 1번으로 한개 스테이지를 장식한지 1년만이다.
그는 2003년 도이체 그라모폰(DG)사와 음반 발매 전속계약을 했고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오르페우스 체임버, 워싱턴 내셔널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하며 떠오르는 국제 스타의 위상을 굳혔다. 1일 입국하는 그를 6월 28일 e메일로 인터뷰했다.
-자라면서 특별한 체험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후지 TV가 10년 동안이나 당신의 일상을 '트루먼 쇼'처럼 찍어서 리얼리티 쇼로 방영했다는 점인데요, 그때의 경험은 어땠나요?
"여덟 살 때 시작했으니까 당시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제대로 느끼지 못했어요. 그런데 쇼가 계속되면서 '공격적'인 촬영 방식에 짜증이 나기 시작하더라구요. 눈 떠서부터 잘 때까지 카메라가 감시하고 있으니까요. 어쨌거나 그 쇼 덕분에 인지도가 높아졌고 연주가로서 제 커리어를 안착시키는데 도움이 됐죠."
-누나가 1980년대 '신동 바이올리니스트'로 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던 미도리 (본명 고토 미도리)입니다. 자라면서 누나와 비교되는 게 싫지는 않았나요.
"나이도 17살이나 차이가 나고, 비교된다는 생각을 크게 하지는 않았어요. 누나는 내가 아는 한 역사상 가장 훌륭한(finest) 음악가 중 하나고, 누나를 굉장히 존경하죠.
-서로 연주에 필요한 충고를 하지는 않나요.
"어떻게 감히 내가 충고를…. 누나 쪽에서는 내가 연습할 때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줘요. 예를 들어 브람스 바이올린협주곡 같은 경우는 누나에게서 많이 배웠죠.
-브람스 협주곡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2일 리사이틀 외에 4일 오후 2시반에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디토 오케스트라와 이 곡을 협연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곡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 들었는데요.
"물론 이 곡은 모든 협주곡 레퍼토리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진지하고, 복잡하면서도 중심 아이디어가 간명하죠. 언제나 이 곡은 내게 '꿈의 작품(Dream Piece)'이었고,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나를 뒷받침해준, 또 내가 가장 잘 연주한다고 자신하는 곡이에요."
-현재 하버드대 물리학과 재학중이죠. 연주가로도 성공했고 공부도 잘하니 한국에선 '엄친아'(엄마 친구 아들)라고 불릴만한데, 물리학과 음악을 둘 다 잘할 수 있나요?
"물리학과 음악은 둘 다 자연의 순리를 설명하는 분야니 공통점이 있어요. 이번 디토 페스티벌에 출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스티븐 피 재키브도 하버드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고 있으니, 저만 특별하다고 할 수는 없죠."
-지난해 파가니니 협주곡을 서울에서 연주했는데, 당시 한국 청중들에게서는 어떤 인상을 받았습니까. (미안합니다. 너무 판에 박힌 질문이로군요)
"아닙니다. 한국 청중은 정말 따뜻하고 진지한 청중으로 세계 음악인들에 널리 알려져있어요. 오늘날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청중이죠. 올해 디토 페스티벌에 참가하라는 제의에 제가 정말 기뻐했던 것도 그 때문이에요. 서울 거리를 많이 돌아보지 못했는데, 다시 볼 수 있게 된 점도 신나구요."
-이번에 연주하게 될 악기를 소개한다면.
"1715년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고, 이름은 '엑스 피에르 로드'에요. '케임브리지 공(公)이라는 별칭도 있는 유명한 악기죠.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대여 프로그램에 따라 제 품에 들어왔어요. 따뜻하고 엄청난 소리를 내죠. 내가 원하는 한 언제까지나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 그지없어요!"
-20대 초반인데, 20년 뒤의 고토 류를 상상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글쎄요. 그때도 지금처럼 여러 가지 관심사를 가진 남자겠죠. 멋진 가족을 부양하는 아버지라면 좋겠고…. 내 아이가 높게 평가해주는 그런 아버지 말예요."
2일 고토류 리사이틀, 4일 디토 심포니 '그레이트 브람스' 3만~5만원. 1577-5266 www.clubbalcony.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