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듯 말 듯하던 비가 마침내 내리자 2일 책세상 트위터도 비 얘기로 시끌시끌했다. 소설가 이외수 씨(사진)가 가장 비를 기다린 듯했다.
비가 내리기 전 올린 글에서 그는 “창가에 드리워진 버드나무 이파리들. 미동도 하지 않는다. 긴장감. 금방이라도 억센 소나기 천지를 뒤엎을 기세. 비야,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석 달 열흘만 퍼부어라. 이미 질식해 가고 있는 영혼. 방주 따위는 만들지 않겠다”고 썼다.
비가 내리자 글이 다시 올라왔다. “마침내 주룩주룩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방바닥에는 흥건하게 엎질러진 외로움 한 양동이, 벽 속에는 쏴아아 소리치며 쓸려가는 그리움. 밤마다 잠들기는 틀린 노릇입니다.” 비 온다는 간단한 얘기를 이렇게까지 유려하게 풀어 놓다니. 역시 소설가답다.
비 하면 생각나는 음식은 빈대떡과 막걸리. 그 공식을 어김없이 따른 사람이 역시나 있었다. “비 오는 날 점심을 빈대떡과 칼국수, 그리고 막걸리로 채웠습니다. 퇴근길에 늘 보던 체부동의 허름한 여관이 어느새 깔끔한 식당으로 변신을 했군요. 공간의 변신은 참 무한합니다.”(궁리출판)
비룡소는 비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재치를 발휘했다. “빗방울 맞는 나무들은/아이 간지러워 아이 간지러워/몸을 비비 꼬고/빗방울 맞는 연못은/아이 재밌어 아이 재밌어/동그라미 그리고/빗방울 맞는 모래들은/아이 차가워 아이 차가워/토닥거리고’(동시집 ‘나무는 즐거워’에서)
비 얘기를 뒤로 하고 작가들의 트위터를 엿보던 중 김이설 씨의 글이 눈에 띄었다. “오늘은 노트를 펼쳤습니다. 노트를 선물한 후배가 그러더군요.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소설 쓰기가 행복한 일일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더랬어요. 고마워요. 이 더위에 지치지 마시길. 건강, 건필, 그리고 소년의 웃음!”
컴퓨터로 글 쓰는 시대에 웬 노트일까 궁금해 그전에 올린 글을 찾아봤더니 사연이 이랬다. “노트 없어서 소설 못 시작한다는 엄살 부렸더니 사랑하는 후배가 노트 세 권 사줬다. 노란색, 파란색, 연두색. 이제 정말 도리 없이 소설 써야 한다. 이번엔 긴 거 쓴다. 천매. 노트에 날짜와 이름 적는다. 그리고 그림과 낙서들로 거친 구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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