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사막은 붉은 분홍이다. 이 시간엔 부러 그러지 않아도 눈을 가늘게 뜨게 된다. 천지는 고요하고도 소란하다. 와랑와랑. 햇빛은 희게 빛나는 동시에 속삭이며 부서진다.”
소설가 정미경 씨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 장편소설. 몽환적이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로 시작하는 이 이야기의 주된 배경은 아프리카 서북단에 있는 모로코다.
한국인을 상대로 가이드 일을 하며 딸 보라와 함께 이곳에서 살고 있는 승. 그는 사기를 친 것으로도 모자라 아내까지 데리고 행적을 감춘 K를 찾아 이곳까지 오게 됐다. 고물품점에서 값어치 있는 것을 구매해 비싼 값에 되파는 일을 짭짤한 부업으로 하던 승은 목만 남은 조각상 하나를 발견한다.
이유를 설명할 수 없지만 그 물건에 강렬하게 끌리게 되는 승은 헐값에 사들인 뒤 현지인 무스타파에게 잠시 맡겨둔다. 하지만 아름다움에 중독된 디자이너이자 컬렉터인 로랑이 그것을 사들이고, 조각상은 또 다른 곳으로 흘러들어 가게 된다. 갈망과 결핍이 뒤엉킨 채 태양빛이 이글거리는 뜨거운 사막. 그 위를 걷고 있는 존재들을 그려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