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Food, The Originality(한식의 철학) Korean Food, The Impression(한식의 향연)
우리 음식 단순 소개 탈피… 외국인 위한 영문서적 2권 출간
계층간 화합의미 담긴 비빔밥
음양오행 사상 바탕 구절판 등
문화-역사적 배경 자세히 설명
“한식에 담긴 철학과 문화를 알리자.”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정부도 2009년에 ‘한식 세계화 추진단’을 출범시켜 한식 이미지 제고 및 조리법 표준화, 법 제도 정비 등에 나섰다. 한식을 소개하는 영문 책자도 여러 권 나왔다. 이 중 동아일보 출판국이 최근 출간한 ‘Korean Food, The Originality(한식의 철학)’와 ‘Korean Food, The Impression(한식의 향연)’은 한식 조리법이나 유래를 소개하는 것을 넘어 한식의 사상적 문화적 배경에도 초점을 맞춰 차별화된다. 이기숙 출판팀장은 “세계인들이 프랑스 음식에 담긴 프랑스 문화를 소비하는 것을 볼 때 한식의 문화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며 “비빔밥에 계층간 화합의 의미가 담겼다는 의미를 알면 한식에 대한 호감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1권 ‘Korean Food, The Originality’에는 한식에 담긴 사상과 문화, 역사적 기원, 곡물 위주의 음식 문화와 오방(五方)색의 비밀, 발효의 비법, 상차림법 등을 담았다. 2권 ‘Korean Food, The Impression’은 사찰 궁중 반가(班家·양반집)음식 등으로 나눠 대표 요리의 특징과 조리법을 소개한다. 두 권 모두 풍부한 사진을 곁들였다.
책은 먼저 우리 음식에는 음양오행의 사상이 담겼다고 말한다. 떡국을 장식하는 알록달록한 고명과 비빔밥, 구절판, 신선로는 파랑, 빨강, 하양, 검정, 노랑의 다섯 가지 색의 재료로 이루어졌다. 이 색들은 동서남북 네 방위와 흙을 상징하는데, 이는 우주의 기운을 음식에 담는다는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식은 역설의 음식이기도 하다. 풍부한 농산물과 자원 속에서 꽃핀 게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태어났다는 해석이다. 쌀이 부족해서 잡곡을 섞었고, 쌀 대신 몸에 좋은 약재를 넣었다. 서양인들이 아무 맛도 없다고 하는 설렁탕을 최고의 맛 중 하나로 여기는가 하면 채소를 싱싱한 것으로 먹기보다 오래 발효시켜 먹는 것도 한식의 역설을 보여준다.
발효도 한식 고유의 철학이 담긴 대목이다. 한국의 발효 음식은 김치 336종을 비롯해 장아찌, 젓갈, 장류 등 370여 종에 이른다. 한식이 곧 발효음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발효음식이 발달한 이유는 여름과 겨울의 온도차가 큰 기후 특성 때문에 음식을 장기간 보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또 김치가 보통의 채소절임과 달리 풍부한 맛을 내는 비결에 대해 소금물에 씻어내고 젓갈로 다시 절이는 이중 절임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책 제작에는 2009년 6월부터 1년이 걸렸다. 출판팀 5명이 50여 종의 문헌을 참조해 한식의 사상과 특징을 정리하고 한복려 김숙년 김정옥 씨를 비롯해 한국전통술연구회, 궁중음식연구원, 한국의 맛 연구회, 한국김치협회 등의 전문가들이 직접 음식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었다. 책은 국내 서점의 외국서적 코너와 미국, 유럽의 서점에서 판매하며 세계 주요 대학과 언론사, 주한 외교공관에 기증할 예정이다. 반가음식 전문가 김숙년 씨는 “오랜 농경사회의 전통이 담긴 한식은 중국, 일본 음식과 비교할 수 없는 깊은 맛이 있고 세계적인 음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깊은 맛과 더불어 이 책처럼 한식의 문화와 철학을 알리는 방식을 통해 외국인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한식 세계화 위해선 외국인 입맛 맞추는 개방성 필요해”▼
영문 감수 미국인 나수호 교수
“미국에서는 TV 요리 프로가 많아지는 등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식의 철학과 문화를 잘 소개한 이 책을 음식문화를 주도하는 명사들에게 배포한다면 한식 세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 책의 영문 번역 감수를 맡은 미국인 나수호(본명 찰스 라 슈어·사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교수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과 더불어 개방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식이 외국인의 입맛에 맞으려면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외국인들이 한식을 재해석할 수 있도록 인정해야 한다”며 “외국 땅에서 변형된 한식을 맛본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본토의 정통 한식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음식이 매워서 외국인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생각도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도 매운맛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불고기나 비빔밥만 강조하면 한식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1995년 한국에 온 그는 서울대 대학원 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식에 관심이 많은 그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냉장고 안의 김치와 청국장 냄새가 견디기 어려웠지만 지금은 청국장 마니아가 됐다. 발효 음식도 외국인들이 충분히 좋아할 만하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