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이야기’ 20선]<14>축제를 즐겨라

  • Array
  • 입력 2010년 7월 9일 03시 00분


즐겁지 않으면 축제가 아니다

《“한 마디로 ‘현장체험학습’으로 대변되는 축제의 체험 프로그램이 전성기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축제 방문객 가운데 연령별로는 3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가족 단위의 방문객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과연 이것이 축제를 즐기는 것일까.”》

◇ 축제를 즐겨라/정신 지음/축제경영연구소

축제경영연구소 소장인 저자는 축제 프로그램 개발 전문가이면서 전국 주요 축제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이 책에서 그는 현장에서 본 한국 축제의 현실과 문제점을 기록한다. 지역 자치단체의 축제 담당 직원이나 축제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알맞은 책이지만 그 밖에도 지역 축제의 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읽을 만하다.

지역 축제들이 강조하는 ‘현장체험’의 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경기 이천의 도자기축제를 든다. 현장에서 아이들은 전기물레에 앉아 진흙으로 도자기 모양을 만들려고 애쓴다. 엄마 아빠는 옆에서 자녀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다. 사진을 찍고 나면 아이는 도자기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제대로 된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전문 도예가의 몫이다. 아이가 하는 일은 다 만들어진 도자기에 날카로운 핀으로 자기 이름을 새기는 것뿐이다. 완성품을 현장체험학습의 과제물로 학교에 제출한다.

저자는 “이벤트관광 차원에서 개발된 문화관광축제에서 체험 프로그램은 어찌 보면 필수적이다”라고 말한다. 강원도 양양의 송이축제에선 ‘송이 채취’, 충남 금산의 인삼축제에선 ‘인삼 캐기’, 경북 봉화 은어축제에선 ‘은어 잡기’가 주요 행사다. 그런데 사람들을 모으기 위해 체험 행사를 만들다 보니 축제의 원래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프로그램도 생긴다고 저자는 말한다. 예를 들자면, 충북 괴산의 고추축제의 주요 행사로 자리 잡은 ‘물고기 잡기 대회’가 그렇다. 지자체들이 축제의 특별 행사로 마라톤대회를 앞 다퉈 여는 것 역시 사람들의 참여와 축제 분위기 조성을 위한 것으로 저자는 해석했다.

이런 현장 체험형 축제가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체험’에 목적을 둠으로써 축제를 여유롭게 즐기지 못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체험할 수 있는 기간이 짧기 때문에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고, 콩나물시루 같은 풍경이 연출되는 문제점도 나타난다.

이런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지역 축제는 그 지역 밖의 사람들에게 특유의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고 긍정적인 파급 효과를 낳는다. 특히 축제를 통해 지역의 특산물이 전국적으로 알려진 경우가 많다. 경북 안동의 특산품 간고등어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통해 전국적인 인기상품이 됐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축제장 주변의 먹을거리 장터에서 맛을 본 사람들이 입소문을 내기 시작했고, 마침내 홈쇼핑의 인기 상품으로까지 발전했다.

지역 축제의 활성화는 숙박 문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몇몇 축제에서 숙박 문제가 발생하자 경남 합천의 팔만대장경축제를 해인사의 템플스테이와 연계하는 등 템플스테이가 적극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에는 옛집을 숙박에 활용하는 ‘종택(宗宅) 스테이’가 등장했다. 저자는 축제의 나라 스페인에도 이런 이색 숙박 프로그램이 있다고 소개했다. ‘파라도레스’라는 이름의 숙박시설로, 전국에 있는 옛 성이나 궁전, 수도원 등을 개조해 만든 것이다.

저자는 월드컵 때의 거리 응원을 예로 들면서 축제에 임하는 자세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월드컵 거리응원에 필기도구를 가지고 나온 가족을 생각해 보라. 절로 웃음이 나오지 않는가. 축제는 결코 학교의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이벤트가 아니다. 그냥 즐기는 것이다. 축제를 즐겨라!”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