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월∼금요일 오후 4∼5시 라디오 주파수를 원불교 원음방송(서울 FM 89.7, 전북 97.9, 부산 104.9, 광주 107.9MHz)에 맞추면 그가 진행하는 ‘둥근 소리 둥근 이야기’(둥둥)를 들을 수 있다. 그는 낭랑한 목소리와 편안한 진행으로 택시운전사와 전업주부 팬이 많다. 팬들이 편지와 지역 특산물을 보내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의 프로 ‘둥둥’은 원음방송의 최장수 프로로 2001년부터 9년째다.
‘둥둥’에는 뭔가 더 특별한 게 있다. ‘둥둥’이 종교 간의 이해와 화합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목요일 ‘이웃종교 바로알기’ 코너는 종교학 교수 등을 초청해 각 종교의 교리와 역사, 문화를 듣는 자리다. 기독교, 천주교, 불교는 물론이고 이슬람교과 힌두교도 다뤘다. 화요일 ‘좋은 법문 좋은 말씀’ 코너에서는 각 종교 경전의 말씀을 사랑, 선행 등의 주제별로 모아 소개한다.
8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원음방송에서 만난 그는 “인터넷 게시판에 ‘내 종교만 좋은 줄 알았더니 타 종교도 배울 점이 많은 걸 알게 됐다’는 글이 많이 올라온다”고 말했다.
‘둥둥’의 최고 인기 코너는 화요일 ‘향기 나는 카페’. 이 코너에서는 사회 곳곳에서 소외된 이웃과 함께해온 종교인들을 초청해 이야기를 나눈다. 지금까지 고 강원룡 목사,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법륜 스님, ‘밥퍼’ 최일도 목사, 베스트셀러 작가 차동엽 신부 등 400여 명이 다녀갔다.
그는 “타 종교인들을 만나면서 종교의 진리가 결국 하나라는 걸 실감했다”며 “조금 모난 분들은 자신이 믿는 종교의 진정한 가치를 아직 깨닫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룡 목사는 타계하기 2년 전 출연했는데 맑고도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강 목사에게 식사하자고 했더니 구내식당으로 가자고 하는 등 소박함도 기억에 남는다고 그는 전했다.
“출연자 가운데 어떤 목사님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노숙인과 생활하며 재활을 도왔는데, 잠자다 정신 이상 노숙인에게 벽돌로 머리를 맞았어요. 그런데도 목사님은 그 노숙인이 말없이 사라져 보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어요. 진정한 종교인의 모습이 뭔가 고민하게 됐지요.”
그는 대학(원광대 원불교학과) 때 교내 월간지 편집장을 지내며 미디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서울 강남교당에서 일하던 중 방송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싶어 프로를 맡게 됐다. 방송을 공부하고 싶어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에도 다녔다.
그는 슈퍼우먼이다. DJ, PD, 작가의 ‘1인 3역’을 맡아 타 종교 교리 공부, 출연자 섭외, 원고 집필 등으로 오전 2∼3시까지 일하는 날도 많다.
“프로를 진행하며 종교인으로서 많이 배웁니다. 그래서 힘이 납니다. 봉사단체 등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을 초청해보면 기성세대보다 종교적 편향이 작아요. 그들을 통해 우리 사회 종교의 희망을 봅니다.”
그에게는 ‘둥둥’이 앞으로도 종교인들의 사랑방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능력이 허락하는 날까지 프로그램을 진행할 생각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이웃 종교인들에게 마지막 멘트를 던지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 신부님, 목사님, 우리 모두 따뜻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가실 거죠.”
“봉사단체등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을 초청해보면 기성세대보다 종교적 편향이 작아요. 그들을 통해 종교의 희망을 “여기 좀 보세요. 꽃무늬 같은 장식 찍는 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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