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좀 보세요. 꽃무늬 같은 장식 찍는 틀이 있죠? 그런 다음 저쪽 커다란 불상을 보세요. 거기 있는 가슴 장식들을 별도로 이런 틀로 찍어내 붙인 거예요.” 큐레이터의 말과 손짓에 따라 관람객의 시선은 정면에서 왼쪽으로 움직였다.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이 매주 수요일 여는 전시설명 프로그램 ‘큐레이터와의 대화’가 7일로 200회를 맞았다. 2006년 3월 29일 ‘신라 금관’ 설명으로 시작한 지 4년 만이다. 오후 6시 반∼7시, 7시 반∼8시에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에서 그동안 다룬 주제는 815가지. 매 시간 20∼30명이 모인다.
7일 오후 6시 반 국립중앙박물관 3층 중앙아시아실에서 열린 ‘우즈베키스탄의 불교문화’ 설명. 민병훈 아시아부장이 관람객 앞에 섰다. 이날 모인 사람은 30여 명. 40대 이상의 여성이 대부분이었고 남성과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도 보였다. 이 가운데 10명은 민 부장의 고정 팬이라고 했다.
설명은 문답 형식으로 이뤄졌다.
“인도에서 발생한 불교는 중앙아시아에서 꽃을 피웠습니다. 인도 데칸고원에서 형성된 석굴양식이 아프가니스탄 바미안을 거쳐 우즈베키스탄의 테파 불교사원까지 왔어요. 열사의 사막에선 석굴이 최적의 장소였죠. 그런데 석굴 양식이 우리나라에도 있는데, 어딘지 아세요?”
관람객 사이에서 “경주 석굴암요”란 대답이 나왔다. 민 부장이 씩 웃었다. “맞아요. 사실 우리나라 기후엔 석굴이 필요 없는데, 당시 석굴 양식이 유행이어서 석굴암을 만든 것이죠. 하지만 우리 석굴암은 석굴 양식의 정점이라고 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설명을 듣던 박연호 군(11)이 어머니 오선애 씨(40)의 귀에 대고 “여기 불상이랑 석굴암의 불상이라 비교해보고 싶다”고 속삭였다. 오 씨는 “지금은 여기 불상을 자세히 관찰하고 방학 때 석굴암에 가자”며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7시 반 1층 고려실에서 열린 ‘고려동경’ 설명에도 40여 명이 모였다. 3년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다는 이숙영 씨(59)는 “그냥 보면 유리창 너머 옛 물건일 뿐인데 설명을 듣고 보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공부를 하게 될 정도로 큰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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