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기-가구-매듭 등 인간문화재 35명 제작과정 시연
“이리도 손이 많이 가고 섬세할 수가” 관객들 경탄
검정 고무신 신은 발로 물레를 굴리자 물레 위에서 원통형 점토가 빙글빙글 돌았다. 김일만 옹기장(69)이 오른손에 근개(소나무로 만든 반달 모양의 도구)를 들고 표면에 갖다 댔다. 동시에 조개껍데기를 든 왼손을 점토 안쪽에 넣어 힘을 줬다. 점토가 돌아가면서 표면이 매끄러워지고 둥글게 부풀었다.
그 옆에는 셋째 아들 김창호 씨(41)가 무릎을 꿇고 앉아 점토를 길게 늘여 뱀처럼 만들어 건넸다. 김 옹기장은 그것을 받아 항아리 형태를 갖춘 점토 위에 올리고 물에 적신 천으로 김밥말 듯 쥐었다. 항아리 입구를 마름하는 전잡기 과정이다. 두 사람이 입은 흰 광목옷의 허벅지와 무릎, 소매에 흙물이 들었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2010 여름, 천공(天工)을 만나다’ 개막식. 박명배 소목장(60)과 김일만 정윤석 옹기장(68), 정봉섭 매듭장(72), 임석환 불화장(62) 등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인간문화재) 7명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1층과 3층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이들은 각각 작업장을 꾸몄다.
정봉섭 매듭장은 코끝에 안경을 걸치고 빨간 명주실 한 뭉치를 송곳으로 일일이 10가닥씩 헤아려 묶었다. 머리카락처럼 땋아 딸기술을 만들기 위한 기초 작업이다. 그 옆에는 정 매듭장이 만든 색색의 국화매듭과 매듭을 이용한 액세서리 등을 전시해 놓았다.
전기만 목조각장(81)은 50cm 높이의 통나무 조각을 이리저리 굴렸다. 연필로 파낼 부분을 표시한 뒤 30cm 길이의 창칼을 대고 나무망치로 두들겼다. 금세 부처님 팔꿈치가 드러났다. 40여 종류의 조각칼을 늘어놓은 채 작업을 하는 전 목조각장의 손길이 오갈 때마다 툭툭 나뭇조각이 떨어졌다.
장인들은 작업을 할 때는 진지했지만 사람들 앞에서 말할 땐 낯설어했다. 전 목조각장은 관객의 질문에 웃기만 하며 부처님 얼굴을 매만졌다. 김 옹기장은 “우리 전통을 알리는 건 좋은데 막상 나오니 작업장에서 할 때와 달리 긴장이 된다”고 말했다.
‘2010 여름, 천공을 만나다’는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중요무형문화재 공예 분야 보유자 35명의 작품을 전시하고 제작 과정을 선보이기 위해 마련한 자리. 서른 명이 넘는 인간문화재가 한꺼번에 모이기는 처음이다. 이 행사는 1년에 한 차례 이들 보유자의 기능과 예능을 선보여 사람들이 가까이에서 무형문화재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2009년 첫 행사 때는 13명이 시연했다.
박명배 소목장과 김일만 정윤석 옹기장은 올해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로 인정돼 공개행사에 처음 참여했다. 좌식 책상인 서안을 만드는 박 소목장은 “전시 기간에 사람들이 와서 직접 대패질도 한번 해보고 전통가구를 만드는 데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가는지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장을 찾은 정미숙 씨(58)는 “전통 공예품이 손이 많이 가는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섬세하게 만드는지는 몰랐다. 볼수록 대단하다”며 감탄했다.
행사는 26일까지 진행되며 매일 6, 7개 분야의 보유자들이 오전 10시와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시연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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