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홀 천장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지붕 아래 철제 트러스트가 노출된 다락방 같은 공간에서 미술품을 감상하고 귀빈실에서는 열차를 기다리던 대통령들의 흔적을 만난다.’
2004년 KTX 서울역사가 생기면서 사용이 중단됐던 옛 서울역사(사적 284호)가 내년 4월이면 이 같은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서울역사 복원 및 문화공간화 사업을 추진 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14일 공사현장 내부를 공개했다. 1925년 신축 당시의 모습대로 복원해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공사로 내년 4월 마무리된다.
서울역사는 지상 2층, 지하 1층에 총면적 9202m². 1층 중앙홀은 공연이나 패션쇼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1층 대합실과 귀빈실은 서울역의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다. 1층 건물 밖에 잇대어 있는 미군장병안내소 공간은 다목적 공연장으로 사용한다. 2층은 주로 전시 공연 회의공간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1층 중앙홀에서 두드러진 것은 천장에 있었던 천창(天窓)을 복원하는 일. 중앙홀 천장은 원래 8×8m의 스테인드글라스 천창이었는데 6·25전쟁으로 천창이 파괴된 뒤 이곳을 폐쇄해 놓았다. 이곳을 다시 스테인드글라스로 되살리면 돔의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이 천창을 통해 중앙홀로 쏟아져 들어오게 된다. 1970년대까지 대통령들이 이용했던 1층 귀빈실도 그대로 복원한다.
중앙홀 돔 좌우의 지붕 바로 아래 공간도 활용하기로 했다. 높이 2.5m의 철제트러스트 구조물을 그대로 노출해 시민들이 이곳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여기에 어울리는 미술품을 전시하는 공간으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문화부 한민호 디자인공간문화과장은 “신축 당시 분위기를 보여주면서도 독특한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복원 공사의 자문을 맡은 안창모 경기대 교수(건축학)는 “1925년 시점으로 건물을 복원하되 서울역의 80년 역사를 모두 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 뒤쪽 외벽의 6·25 당시 총탄 자국을 그대로 두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복원이 끝나면 중앙홀에서 직접 플랫폼으로 내려가 열차에 탑승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안 교수는 “철도의 기능을 상실한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 역과 달리 서울역은 지금도 열차가 다니는 곳”이라며 “철도의 기능을 살리면서 역사와 문화를 만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