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인사동’ 수크 메디나
아랍 전통물건 없는 게 없어
年2회 금축제 ‘황금도시’로
금 값 한국보다 20~30% 싸
세계 지도 모양의 세계 최대 인공섬 ‘팜 아일랜드’, 높이 828m의 세계 최고 빌딩 ‘부르즈 칼리파’, 브루나이에 있는 엠파이어호텔과 함께 전 세계 2곳밖에 없다는 7성급 호텔 ‘부르즈 알 아랍’…. 이 모두가 아랍에미리트의 중심 도시 두바이를 이해할 수 있는 코드들이다. 하지만 이제 이 같은 건축물 중심의 두바이 해석 코드에 각종 시장(市場)도 추가해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 아라비아 상인의 후예답게 두바이의 특색 있는 여러 시장들은 뜨거우면서도 습한 기운이 지배하는 두바이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 1000년 전 재래시장 재현한 ‘수크 메디나 주메이라’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시장 가운데 첫 번째는 1000년 전 아랍의 재래시장을 신도시에 재현해 놓은 ‘수크 메디나 주메이라’다. ‘수크’는 아랍어로 시장이라는 뜻. 보통 ‘수크 메디나’로 많이 부른다.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승용차로 1시간가량 떨어져 있으며 아라비아 만에 접해 있는 수크 메디나는 주메이라 비치 호텔과 부르즈 알 아랍 호텔, 메디나 주메이라 리조트 사이에 있다. 이 세 곳은 모두 두바이의 최대 부호로 꼽히는 주메이라 그룹이 소유하고 있다. 수크 메디나도 역시 주메이라 그룹이 운영하고 있다.
실내에 있는 수크 메디나는 쉽게 설명하면 에어컨이 가동되고 지붕이 있는 인사동이라고 보면 된다. 인사동에 가면 조선시대 모든 생활용품을 볼 수 있는 것처럼 수크 메디나에도 아랍의 전통과 관련된 물건은 없는 것이 없다. 이곳에 입점해 있는 75개 상점에서 아랍의 전통 카펫, 아랍인들이 좋아하는 물 담배, 각종 전통 의상, 그릇, 전통 인형 등을 팔고 있는 것. 간단한 접시나 인형 등은 우리 돈 1만 원 정도이며 고급 카펫이나 전통 의상 등은 100만 원을 훌쩍 넘는 것도 있는 등 다양하다. 물건을 파는 상점 외에도 45개 레스토랑에서는 아랍의 전통 음식은 물론 스파게티, 피자, 스테이크 등 수준 높은 전 세계 각 나라의 음식들을 제공한다. 수크 메디나 홍보를 담당하는 율리케 바우만 씨는 "2003년 만들어진 수크 메디나는 최근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고 1일 관광코스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특히 야간에는 인근에 위치한 주메이라 그룹의 호텔들과 연계해 다양한 쇼와 이벤트 등을 펼치고 있어 더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 세계 최대 규모의 금시장
두바이에서는 대개 1∼2월과 6∼7월 등 1년에 두 차례 세계 최대 규모의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두바이의 자랑인 금시장(골드 수크)에서도 마찬가지. 덤에 덤을 얹어주는 행사로 외국인 쇼핑객들을 ‘황금 도시’ 두바이로 이끈다.
두바이의 곳곳에는 여러 골드 수크가 있지만 이 가운데 최대 규모는 두바이 옛 도심인 제벨 알리 지역에 있는 골드 수크다. 웅장한 규모의 입구에는 영어로 ‘Dubai City of Gold’라고 적혀 있을 정도. 이곳에는 400여 개의 도매상과 270여 개의 소매상이 들어서 있다. 이곳에서 관광객들의 관심은 ‘도대체 얼마나 저렴할까’일 것이다.
이곳 금값은 정찰 가격 없이 흥정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한국보다 20∼30% 싸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두바이의 금은 우리나라보다 다소 붉은색을 띠고 있어 한국에서는 그리 높게 쳐주지 않는다. 또 세공 기술이 우리에 비해 조악해 두바이에서 금을 싸게 산다 하더라도 한국에서 되팔 때 좋은 값을 받지 못한다고 한다. 단 수백 개의 상점이 밀집해 있기 때문에 혹시 가짜 금이 유통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두바이 정부가 워낙 강력하게 단속을 해 가짜 금은 유통될 수가 없다는 것. 이 때문에 두바이에 오는 관광객의 95%가 이곳에서 금을 사간다는 통계가 있다.
이곳에서는 전통 복장인 ‘차도르’를 둘러싼 채 정숙하기만 할 것 같은 아랍 여인들이 금값을 흥정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다. 외국인들에게는 그 자체가 관광지에서의 신기한 경험이 될 수 있다.
○ 세계 최대 쇼핑몰 ‘두바이몰’
두바이 도심 한가운데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쇼핑센터인 ‘두바이몰’이 있다. 섭씨 40도에서 45도를 오르내리는 폭염에도 두바이몰에는 쇼핑의 진수를 즐기려는 전 세계 쇼핑 관광객들로 연일 붐빈다. 7월까지는 두바이 쇼핑 페스티벌 기간이어서 브랜드마다 20∼50% 세일행사를 한다. 하지만 세일을 하더라도 한국과 비슷하거나 다소 비싸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두바이 물가가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드더시티의 주인공이 신고 등장해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구두 브랜드 ‘마놀로블라닉’의 경우 30% 세일을 하는 가격이 우리 돈으로 50만∼70만 원이다.
아랍의 부호들이 자주 찾는다는 이곳에는 없는 브랜드가 없다. 루이뷔통, 구치, 프라다, 샤넬은 물론 검은색 차도르를 둘러쓰고 에르메스 스카프를 맨 여인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두바이의 돈 많은 여성들 사이에서는 에르메스 스카프가 가장 인기라고 한다.
○ 중국 상인들이 중국 제품을 파는 드래건 마트
고급스럽지도 않고, 현대적이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아랍의 전통을 보여주는 곳도 아닌, 그래서 전혀 두바이답지 않은 이색 대형 쇼핑센터도 있다. 두바이 국제공항에서 남쪽 외곽으로 승용차로 1시간쯤 달리면 인터내셔널 시티가 등장하고 그 바로 옆에 ‘드래건 마트’가 있다. 하늘에서 보면 이 쇼핑센터가 마치 용이 움직이는 모양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입구에서부터 출구까지 전체 길이가 1.2km나 된다.
이곳에 들어선 4500여 개 상점들은 모두 중국 사람들이 운영하고 있다. 두바이 정부가 정책적으로 중국 상인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이 쇼핑센터를 만든 것. 의류 조명 전기 인테리어 건강식품 장난감 등 없는 게 없다. 물건의 질은 보장할 수 없지만 아랍에미리트 전체에서 가장 싼 물건을 구입하려면 드래건 마트를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드래건 마트를 조성한 두바이 공영 부동산 개발회사 나킬 관계자는 “드래건 마트가 중국의 화교 자본을 두바이에 끌어들이는 동시에 두바이에서 지나치게 성장한 인도 상인들을 견제하는 기능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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