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리뷰]30년 知己의 죽음… 추억으로 채운 빈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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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7월 20일 03시 00분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연출 ★★★☆ 연기 ★★★☆ 노래 ★★★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사진제공오디뮤지컬컴퍼니
당신의 30년 친구. 가족 같은 그가 갑자기 죽어 당신이 추모사를 써야 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두 남자의 우정과 인생에 관한 뮤지컬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연출 신춘수)는 누구나 한 명쯤은 있는 ‘베프(베스트 프렌드)’의 의미를 생각하게 만든다.

미국의 한 시골에서 일곱 살 때 처음 만난 토마스(류정한, 신성록)와 엘빈(이석준, 이창용)은 유년 시절을 함께 보냈다. 토마스는 도시로 떠나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고, 고향에 남은 엘빈은 작은 책방을 운영한다. 토마스는 엘빈을 점차 귀찮게 생각해 멀어지지만 엘빈의 죽음 뒤에 그의 소중함을 깨닫는다는 줄거리다. 2009년 3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극본 브라이언 힐)됐다.

다소 평범한 얘기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전개를 통해 생동감을 얻는다. 엘빈의 추도사를 쓰던 토마스가 엘빈과 함께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장례식장(현재)과 회상장면(과거)이 숨 가쁘게 오간다. 두 남자가 무대에 흩뿌리는 종잇장은 켜켜이 쌓이는 세월의 흔적 같고, 서정적인 멜로디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종잇장을 뭉쳐 천진난만하게 눈싸움을 하거나, 하얀 눈가루가 흩날리는 장면도 아름답다.

국내 초연인 만큼 익숙지 않은 부분도 있다. 엘빈이 툭하면 내뱉는 ‘천사 클레란스’ ‘조지 베일리’란 말은 미국 프랭크 캐프라 감독의 1946년 흑백 영화 ‘이츠 어 원더풀 라이프’에 나오는 캐릭터로, 이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자살한 엘빈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별다른 갈등 요소가 없는 고만고만한 유년 시절 추억담이 1시간 넘게 이어지는 것도 지루했다.

두 배우가 100분 동안 잠시도 쉬지 않고 연기를 펼치는 탓에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발성이 고르지 못한 부분도 보였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i: 4만∼6만 원. 9월 19일까지 서울 동숭아트센터 동숭홀.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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