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성진 9단 ● 김형우 4단
예선 결승 3국 5보(103∼120) 덤 6집 반 각 3시간
흑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고지가 바로 저기’여야 힘이 날 텐데 아직도 첩첩산중이다.
백 4, 6의 이단젖힘. 백 모양에 약점이 많은 것 같지만 막상 응징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흑은 답답한 마음을 추스르며 일단 흑 7로 물러선다. 흑도 노리는 바가 있다. 흑은 백의 공격이 더욱 강렬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백이 공격에 취해 십자포화를 쏟아 부을 때 반격의 기회가 생긴다는 것. 예를 들면 흑 9 때 백이 참고도 백 1로 틀어막는 수다. 이 수로 흑이 더 이상 탈출할 수 없는 건 맞다. 하지만 흑 8, 12를 두고 14, 16으로 젖혀 이으면 대마 수상전이 된다. 이건 백이 유리하다고 할 수 없는 수상전.
원성진 9단 같은 사냥꾼은 이런 위험의 징후를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원 9단은 백 10으로 템포를 한 번 늦춘다. 이게 사실 흑에겐 더 괴롭다.
여기서 김형우 4단은 결단을 내린다. 12의 곳을 이으면 대마를 다 살릴 수 있겠지만 계속 공격에 시달릴 것이다. 김 4단은 흑 11로 뛰어나간다. 백 12로 잡힌 흑 대마가 무려 35집이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걸 버려야 자신에게도 공격할 기회가 생긴다.
김 4단은 흑 19로 좌하 백 대마 공격에 나섰다. 이 대마는 꼭 잡아야 계가가 된다. 백은 20으로 가볍게 탈출을 시도한다. 흑 ‘가’의 공격에는 대비책이 서 있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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