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출판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조직(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이 출판 진흥책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출판계와 서점계가 21일 기자회견(사진)을 열고 도서정가제 법령 개정, 2007년에 약속한 ‘출판지식산업 육성방안’ 이행 등을 촉구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등 11개 단체가 참여한 이날 회견은 정부의 출판 정책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정부의 안이하고 편향된 출판산업 정책을 개탄하는 출판·서점계 11개 단체장 성명’이라는 문구에선 격앙된 감정마저 묻어났다. 출판계가 도서정가제 같은 개별 사안에 의견을 밝히는 일은 종종 있지만 이날처럼 10개 현안을 조목조목 나열하면서 정부를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기대하고 참고 기다려 왔지만 무시, 홀대가 너무 오래 지속된다”는 한철희 한국출판인회의 회장의 발언에서 배경을 짐작할 수 있었다.
출판계가 촉구한 것 가운데 가장 첨예한 사안은 도서정가제 문제였다. 7월 1일 발효한 도서정가제 관련 출판문화산업진흥법 시행규칙은 신간 도서에 10% 할인에다 마일리지 적립(판매가의 10%)을 보태 ‘사실상 19% 할인’을 허용했다. ‘10%까지 할인’을 제시한 출판계의 요구는 물 건너갔다.
당초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계의 제안에 따라 총 할인율을 10%로 제한하려 했으나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에 부딪쳐 방향을 틀었다. 문화부는 ‘19% 할인’을 반기는 소비자들의 입장을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그렇게 만들어진 시행규칙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경품이나 마일리지를 제공할 여력이 없는 중소 서점들이다. 성명서의 문구와 참석자들의 발언은 ‘특정 상대’를 정확히 겨냥했고, 비판은 거침없었다. 출판진흥기구 설립에 관해선 간행물윤리위원회(간윤)가 도마에 올랐다. 백석기 회장은 “간윤을 주체로 진흥기구를 만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간윤의 임무와 진흥기구의 임무가 잘 어울리겠느냐”고 말했다. 성명서에선 “(간윤이 주도하는) 출판진흥기구라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하다”고 못 박았다. 이 밖에도 성명서는 “정부는 출판계에 해마다 150억 원 이상이 지원된다는 점을 자주 강조하는데 그게 그렇게 내세울 만한 규모인가” 등 볼멘소리를 담았다.
참석자들의 지적 가운데 하나는 이런 요구를 해도 돌아오는 답이 없다는 것. “정부에 대해 거대한 벽을 느낀다”는 것이다. 출판, 서점계가 작심하고 던진 이날 요구가 또다시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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