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미치도록 드라마틱한 세계, 미드’의 저자 남명희 씨(36)는 한양대 연극영화학과에서 영화이론을 전공했다. 박사학위 논문도 연구의 중심에 ‘미국드라마(미드)’를 놓은 ‘영화와 TV시리즈의 내러티브 구조와 수용에 관한 연구’다. 왜 영화학도가 미드를 파고들었을까.
30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그는 “영화에 한참 관심이 크던 1990년대 한국 영화와 할리우드 영화의 ‘상상력 빈곤’에 실망했는데 미드가 오히려 새로운 자극을 줬다”고 말했다. “1990년대 나온 ‘X파일’은 영화보다 완성도가 높았어요. 영화와 드라마의 구분이 무의미해진 거죠. 전달 매체가 다를 뿐, 예술과 미(美)와 삶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데는 차이가 없어요.”
이 책에서 미드 20여 편의 구조와 인기 요인을 분석한 책을 쓴 이유를 두 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드라마가 영화와 대등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주변에서는 영화를 연구하면 고상하다고 하고 드라마를 연구하면 이상하게 봐요. 하지만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데도 영화보다 드라마가 유용합니다. 영화는 정색하고 한 편 내내 무거운 주제에 몰두해야 하지만 드라마는 몇 장면만으로도 가능하죠.”
그는 국내 방영 중인 ‘그레이 아나토미’를 예로 들었다. “이 드라마는 병원의 합병과 구조조정을 다루는데, 인원 부족으로 과로하던 의사가 의료사고를 저지르는 장면으로 이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쉬운 문법으로도 주제 전달 효과가 큽니다.”
둘째, 시청자에게 드라마 보는 눈을 제시하기 위해서다. 그는 “‘팬’이라고 하면 너무 광범위하고 ‘마니아’는 좀 젠 체하는 느낌이 든다”며 “일본말 ‘오타쿠(은둔형 집착자)’에서 부정적인 의미를 빼고 한국식으로 변용한 ‘오덕’ ‘덕후’의 관점에서 드라마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덕’ ‘덕후’는 드라마를 좋아하면서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청자를 말한다고 정의했다.
“오덕은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미치는 능동적인 시청자를 말하기도 합니다. 요즘은 드라마의 미진한 점을 보완하도록 시청자가 나서는 경우가 흔하잖아요.” 그는 대표적인 예로 드라마 ‘제리코’를 들었다. 2006년 미국 CBS는 낮은 시청률을 이유로 ‘제리코’ 시즌1을 엉성한 결말로 끝내 버렸다. 그러자 화가 난 열성 시청자들이 CBS 홈페이지 게시판에 집단 항의해 시즌2를 만들어냈다.
미드 전문가인 그가 좋아하는 드라마는 뭘까. 그는 수사드라마 ‘로 앤 오더’를 꼽았다.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는 못했지만 좋은 드라마의 전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범인이나 수사관의 관점이 아니라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범죄를 보여줍니다. 현실에서 이런 범죄가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하게 만들죠.” 그는 한국의 ‘전원일기’도 ‘과중하지 않으면서도 경박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메시지가 있었기에 장수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한국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일 방법도 제시했다. “20편 정도의 미니시리즈는 10편 이전까지는 미드와 차이가 없어요. 기획력, 연출, 촬영기법이 많이 발전했죠. 하지만 그 뒤로 갈수록 미드에 못 미칩니다. 미드는 중간에 휴지기를 갖고 완성도를 높이죠. 휴지기의 유무가 완성도 차이로 나타납니다.”
좋아하는 배우가 누구냐는 질문에 그는 “역할에 몰입하는 배우가 좋다”고 대답했다. “X파일 시즌8의 주인공을 맡은 배우(로버트 패트릭)는 자신의 역할을 정말 좋아한다는 느낌을 줘요. 배우가 배역을 좋아하면 시청자도 그가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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