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무난한 타개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일 03시 00분


○ 김지석 7단 ● 박정상 9단
예선 결승 4국 4보(68∼85) 덤 6집 반 각 3시간

흑과 백이 상변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곤궁해 보이는 건 백인데 김지석 7단의 표정엔 미동이 없다. 오히려 지금처럼 급박한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백 68, 70은 선수. 이 수가 놓이자 비로소 백이 타개의 실마리를 찾은 것처럼 보인다. 흑 73을 앞두고 박정상 9단은 갈등한다. 당연히 참고1도 흑 1로 두고 싶다. 실리로도 크다. 그러나 박 9단은 백에게 2, 4의 맥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백은 이 맥점 덕에 쉽게 살 수 있다.

박 9단은 궁리 끝에 흑 73으로 후퇴했다. 실리로는 약간 손해지만 이렇게 둬야 백이 완생하는 형태를 갖지 못한다. 흑은 이 백을 몰아가며 주도권을 잡을 심산이다. 백이 한 점을 따내긴 했지만 흑 75가 놓이자 막상 다음 행마가 쉽게 보이지 않는다.

김 7단도 대비책을 이미 마련해놓고 있었다. 백 76으로 끼운 것이 좋은 감각. 흑이 참고2도 흑 1로 단수 치면 5까지 상변 백을 또다시 포획할 수 있다. 그러나 백 6 때 전체적으로 보면 상변 흑진이 크게 돌파된 모습이다. 게다가 좌상 흑도 엷어져 미래를 기약하기 힘들다. 그나마 실전 흑 77로 단수해 백 몇 점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

백 84까지 백은 상변에서 무난히 타개했다. 실리로 백이 크게 앞서기에 백이 유리하다고 할 수 있다. 흑은 중앙의 두터움을 살려야 할 때. 흑 85로 신천지를 개척하고 나섰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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