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4회 국수전…갑자기 무너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 김지석 7단 ● 박정상 9단
예선 결승 4국 6보(117∼138) 덤 6집 반 각 3시간

흑 17을 두면서 박정상 9단도 새 희망을 품는다. 전보에서 백의 순간적 실수로 흑과 백의 격차가 급속도로 줄었다. 이젠 흑도 해볼 만한 형세다.

흑 17에 대해 백이 우하 귀를 지키는 것은 뒷북을 치는 느낌이다. 만약 백이 보강한다면 선수로 당한 꼴이다. 김지석 7단은 우하 귀를 흑의 처분에 맡기고 백 18로 중앙 흑 세를 견제했다. 그러나 역시 흑 19로 귀에 들어온 수가 아프긴 하다.

김 7단은 심란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 백 20으로 흑의 응수를 묻는다. 김 7단은 흑이 당연히 응수할 것으로 믿었는데 박 9단은 손을 빼 자신 있는 동작으로 흑 21을 내려놓는다.

김 7단은 순간 헷갈렸다. 전보에 이어 또다시 착각한 게 아닐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다. 하지만 간단한 수읽기를 마친 김 7단의 얼굴엔 미소가 감돈다. 이건 상대의 착각이다.

이번엔 김 7단이 자신 있는 손길로 백 22를 내려놓는다. 이미 착각을 깨닫고 있었던 박 9단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흑 21은 참고도 흑 1을 선수하고 둬야 했다. 백 2가 절대일 때 흑 3(실전 21)을 둬도 늦지 않았다.

이 착각의 여파는 쓰나미급이었다. 하변은 흑백이 서로 반반의 지분을 갖고 있던 곳. 그러나 백 34까지 하변은 모두 백 집으로 바뀌었다. 간신히 따라잡았는데 급격히 무너진 것. 백 38을 본 박 9단은 돌을 던졌다.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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