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20선]<1>우리를 둘러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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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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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를 둘러싼 바다/유레이첼 카슨 지음/양철북

《“도시와 시골의 인공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종종 자기가 살고 있는 행성의 진정한 본질과 그 긴 역사에 대한 안목을 잊어버린다. 이 모든 것에 대한 감각은… 물과 바다만 존재하는 이 세계에 홀로 서서 우주에서 자기가 사는 행성의 외로움을 느낄 때 가장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리고 육지에서는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사실,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물의 세계이며, 대륙은 모든 것을 둘러싸고 있는 바다 수면 위로 잠시 솟아 있는 땅덩어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땅 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요?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해양생물학자이자 생태학자인 레이첼 카슨이 쓴 바다 이야기다. 1951년 미국에서 출간돼 86주 동안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바다의 생성부터 해양생물, 해저지형 등 바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시적인 문장으로 담았다. 1961년 개정판을 번역했다.

“바다 전체를 통틀어 표층수만큼 생물이 풍부하게 존재하는 곳도 없다. 배 갑판 위에서 내려다보면, 부드럽게 고동치는 종처럼 어른거리는 해파리가 바다 표면을 덮고 있을 것이다.”

대양의 표면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 안에서도 분명히 구역이 나뉜다. 물의 온도, 맑기, 함유된 성분 등에 따라 그 물에서 사는 생물도 자연스럽게 나뉜다. 색깔로도 구분이 가능하다. 넓은 대양은 보통 짙은 파란색을 띠고 연안 바다는 녹색을 띤다. 물 분자는 햇빛 중 빨간색과 노란색은 흡수하고 파란색 입자만을 반사한다. 연안 바다가 녹색이나 노란색, 갈색 등 다양한 색을 띤다는 것은 그만큼 물에 조류나 미생물이 많이 포함돼 있다는 뜻이다. 연안 바다의 초록빛깔은 생명의 신호인 셈이다.

온대기후의 바다라면 육지와 마찬가지로 사계절이 있다. 긴 겨울 동안 표층수가 냉기를 흡수하면 이 무거운 물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하면서 아래에 있던 더 따뜻한 층을 밀어낸다. 이 과정에서 대륙붕 바닥의 풍부한 무기물이 수면으로 떠오르게 된다. 봄을 맞이한 바다 식물과 생물들이 왕성하게 활동하기에 적당한 영양소들이 공급되는 것이다. 규조류와 식물 플랑크톤이 엄청나게 번식한 뒤에는 곧 동물 플랑크톤이 급속하게 증가한다. 화살벌레와 새우 같은 작은 동물들이 그 뒤를 잇는다. 물고기들은 바다와 바다를 이동하며 번식하고 알을 낳는다. 이 물고기를 잡아먹기 위해 쇠오리나 갈매기 같은 새들도 함께 이동한다.

지각운동은 해저 산맥이나 구릉 같은 다양한 지형을 만들어낸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섬’, 곧 물을 벗어나와 우리가 사는 세상으로 드러난 대지일 것이다. 대양 한가운데에 있는 섬은 대부분 화산에서 기원한다. 이런 섬의 환경은 상당히 일정하다. 방향이 변하지 않는 해류와 바람의 영향을 받고, 기후 역시 1년 내내 유사하다. 천적이 없기 때문에 생존경쟁도 드물다. 그러나 결국 인간의 손길이 닿는 순간, 쥐나 염소 같은 인간이 옮겨온 동물이 섬에 살기 시작하는 순간, 섬의 생태계는 파괴된다.

인간은 바다에 둘러싸여 살지만 바다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1950년대까지 바다는 저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으로 활용됐고 지금도 바다 위의 거대한 쓰레기섬은 여러 문제를 낳는다. 카슨은 담담한 문체로 바다의 신비를 보여줌으로써 바다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생명이 처음 태어난 바다가 생명 중 한 종(種)에 위협받고 있는 상황은 기묘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바다는 비록 나쁜 방향으로 변한다 하더라도 계속 존재하겠지만, 정작 위험에 빠지는 쪽은 생명 그 자체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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