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형문화재 전수교육 어떻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5일 03시 00분


소설가 - 디자이너에게 묻다

공예디자인진흥원 사전조사
외부전문가 초청 컨설팅 받아

장인의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감탄사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전남 곡성군 돌실나이 전수관에 모인 전문가들이 전수조교 조순자 씨의 베짜기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곡성=강은지 기자
장인의 손길이 움직일 때마다 감탄사가 나왔다. 지난달 30일 전남 곡성군 돌실나이 전수관에 모인 전문가들이 전수조교 조순자 씨의 베짜기 시범을 지켜보고 있다. 곡성=강은지 기자
‘탈칵, 탈칵….’

북이 움직이고 바디가 오르내리면서 조금씩 삼베 천이 모습을 드러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32호 돌실나이 전수조교 조순자 씨(58)의 베짜기 시범을 지켜보던 사람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올이 굵고 성긴 건 수의용이고, 촘촘한 건….” 조 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모인 사람들마다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거나 혹은 기록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달 30일 전남 곡성군 ‘돌실나이’(돌실에서 만든 삼베) 전수관에 모인 10여 명은 건축가, 소설가, 일러스트레이터, 사진작가, 조경전문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전문가였다.

이들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의 무형문화재 전수교육관 컨설팅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모였다. 진흥원은 전국 전수교육관 중 20여 곳을 전문가들과 함께 돌아보고 발전 방법을 강구할 계획이다. 공예진흥부 조희숙 부장은 “공예와 동떨어진 분야의 전문가들이 자신의 영역에서 공예를 활용하면서 전통 공예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이 사전 조사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전수관과 주변 마을을 한 바퀴 돌며 이끼와 담쟁이넝쿨 등으로 뒤덮인 돌담길을 눈여겨보고 ‘자식만 아홉을 낳은 집’ ‘엿을 잘 만드는 집’ 등 집집마다 얽힌 내력을 들었다. 각자의 전문 분야와 관련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초록빛 이끼로 덮인 담이 예쁘고 흙을 개서 쌓았는지 돌로 쌓았는지에 따라 죽담과 강담으로 나눠 부르는 점이 재미있다”(건축가 김종대 씨) “봉평이 ‘메밀꽃 필 무렵’이란 소설로 사람들을 모으고 화개장터가 ‘화개장터’란 노래로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처럼 이 마을만의 이야기를 끄집어내면 좋겠다.”(소설가 김다은 씨)

대나무로 칼집과 칼자루를 만들고 그 위에 인두로 글을 쓴 낙죽장도(烙竹粧刀) 전수관을 찾은 전문가들은 ‘비싸고 수요가 적은’ 장도의 활용을 놓고 고민했다. 대나무에 글을 쓸 칸을 그리는 데만 1∼2일이 걸리고 가격도 적정선이 없다. 전수조교 한상봉 씨(50)는 “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돈을 달라고 하기도 어려워 가격이 대중없다”고 말했다.

“낙죽장도의 가치를 높일 수 있게 예쁜 케이스를 만들면 어떨까요.” 한 씨와 함께한 저녁식사 자리에서 공예진흥부 류영미 과장이 조언했다. 진흥원의 경영지원팀에서 각 공예품에 맞는 디자인을 갖춰 케이스를 제작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 “자신의 신념을 새기는 장도의 의미를 살려 ‘커플 장도’를 만드는 것이 어떠냐” “새기는 글씨 수에 따라 가격을 차등화하고 대나무를 쪼개 붙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낮추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컨설팅 과정을 함께하며 이번 작업에 대한 책을 집필 중인 작가 서진영 씨(28)는 “무조건 ‘전통이니 지켜야 한다’고 하기보다 무형문화재에 친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글에 장인들의 숭고함과 따뜻함을 나타내고 싶다”고 말했다. 진흥원은 강원권과 경상권, 전라권의 사전 조사를 끝냈고 8월 말에는 충청권과 경기권까지 마칠 계획이다.

곡성=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