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함께 콘서트를 여는 이병우 윤상 김광민(왼쪽부터). 김광민은 “이번 콘서트의 반응을 보고 기회가 생기면 또 셋이 모여 공연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오드뮤직
“묵혀 둔 ‘연애편지’를 꺼내드는 기분이에요.”(이병우)
싱어송라이터 윤상(42), 기타리스트 겸 영화음악 감독 이병우(45), 피아니스트 김광민(50)은 20년 넘게 알고 지낸 친한 선후배 사이다. 하지만 그간 유학과 각자의 바쁜 활동 때문에 멀리서 서로의 음악을 ‘사모’하는 데 머물러야 했다. 올해 초 윤상이 7년간의 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드디어 뭉쳤다. 이들은 5, 6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플레이 위드 어스’를 연다. 4만4000∼11만 원. 02-3485-8700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KBS 대기실에서 만난 이들은 소풍을 앞둔 아이들처럼 들뜬 표정이었다. “제가 먼저 두 분한테 콘서트하자고 프러포즈했어요. 기다렸다는 듯 흔쾌히 수락해주더군요. 오래 못 만났지만 음악적으로 서로를 잘 이해하고 있어 공연 준비할 때도 잘 맞아요.”(윤상)
윤상은 이번 콘서트를 위해 신곡 ‘플레이 위드 어스’를 작곡했다. 이 곡에 김광민의 피아노와 이병우의 기타가 즉흥 연주로 어우러져 오프닝을 꾸민다. 콘서트의 3분의 2는 세 사람의 협연, 나머지는 각자의 솔로 무대와 게스트(성시경, 하림)의 무대다. 보컬은 윤상의 전담으로 계획돼 있다. 1980년대 조동익과 듀오 ‘어떤 날’을 결성해 노래를 불렀던 이병우는 “방에서 혼자 슬쩍 노래를 해보면 실력이 예전 같지 않다. 노래는 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윤상은 “병우 형이 노래를 참 잘한다. 고음이면서도 편안한 음색을 낸다”며 무대 위에서 즉흥적으로 노래를 불러주길 기대했다.
세 사람 모두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지적이고 감성적인 뮤지션으로 꼽힌다. 이들의 음악적 영감은 어디서 오는 걸까. 아이러니하게도 대부분 시간에 쫓겨 내놓은 음악들이 히트했다고 입을 모았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음악을 ‘뽑아내야’ 했던 시절이 있었어요. ‘내가 대체 뭘 하고 있나’ 하는 회의가 들었죠. 내게 위안이 됐던 음악은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든 게 아니라 작곡가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음악이었거든요. 두 사람의 음악이 제겐 그랬어요.”(윤상)
최근 가요계가 아이돌 그룹 위주로 돌아가면서 실력 있는 신예 싱어송라이터를 찾기 힘들어진 것에 대한 말도 나왔다.
“회의적으로 보진 않아요. 음악 스타일이 바뀌어가고 있을 뿐이죠. 우리 셋은 영상보다 음악이 친숙하던 시절의 감성을 가졌으니 요즘 가요계에 벽이 생긴 건 사실이에요. 그 벽을 허물기 위해서라도 선배들이 이런 무대를 자주 만들어야 해요.”(윤상)
‘괴물’ ‘해운대’ ‘왕의 남자’ 등 흥행작에서 음악감독을 맡은 이병우에게 자신의 음악이 흥행에 얼마나 영향을 미친 것 같으냐고 물었다. “영화는 공동작업이에요. 스태프가 100명이라면 저는 100분의 1만 한 거죠. 제가 생각하는 최선의 무언가가 있다면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최선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어요. 음악이 툭툭 편집될 땐 마음이 아프지만요.”(이병우)
앞으로 본업인 기타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이병우는 “기타는 제게 음악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이자 인생의 지팡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타의 덩치 큰 몸체를 빼고 넥 부분만 따로 제작해 분신처럼 가방 속에 넣고 다닌다.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연습하기 위해서다. 2003년 5집 앨범 ‘흡수’ 발표 이후 신보 소식이 감감했던 그는 “6집의 콘셉트만 잡은 상태”라고 말했다.
김광민도 2007년 5집 ‘타임 트래블’ 이후 3년간 팬들을 기다리게 하고 있다. 지난해 6집 ‘그땐 몰랐던 일들’을 발표한 윤상은 특유의 여유로운 말투로 “올해 안에 작업 시작이라도 꼭 하세요”라며 두 선배의 앨범 발매를 독촉했다.
윤상, 이현우(44) 등 절친한 후배 가수들이 늦장가를 가 아이 낳고 잘사는 모습을 지켜보는 노총각 김광민에게 솔직한 심경을 물었다. “당장 가고 싶죠. 결혼해 본 적은 없지만 요새 너무나 결혼이 그립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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