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별세한 패션디자이너 앙드레 김은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알려진 유명인사였다. 옷차림과 말투 등에서 풍겨오는 우아하면서 순수한 면으로도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패션계 거물로만 이름을 알렸던 그가 전 국민적으로 주목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아이러니하게도 1999년 '옷 로비' 청문회였다.
당시 검찰총장 부인, 장관 부인 등 고관대작 부인들이 옷을 구입한 매장으로 지목돼 국회 청문회에 불려나오게 된 앙드레 김은 본명이 뜻밖에도 친숙한 김봉남(金鳳男)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의 아니게 유명인사가 됐다. 이후 예능프로그램의 개그 패러디의 소재로 종종 등장하며 더 유명해졌다.
이후 앙드레 김은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자주 초청받으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흰 옷만 고집하는 패션과 독특한 헤어스타일, 진한 메이크업, 영어를 많이 쓰는 말투도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그의 독특한 화법은 개그맨들의 성대모사 1순위가 되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패션쇼 무대에 오른 한 여배우에게 "뷰~티풀" "판타~스틱해요"라며 말하는 장면은 단골 패러디 대상이었다. 많은 연예인들을 그를 '앙 선생님'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앙드레 김은 2년 전 한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민망스럽기도 했는데 참 놀라운 현상이 나타났다. 텔레비전에서는 나를 희화화했는데 이미지에 마이너스가 전혀 안 됐다"며 대인배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지상파 방송사의 몇몇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해 패션에 대한 철학과 '일 중독'이라고 할 정도로 나이를 잊은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줘 큰 감동을 줬다. 시대와 끊임없이 소통하기 위해 매일 아침 19개의 신문과 5개의 방송을 본다는 그의 생활습관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영원한 앙 선생님' 고인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대중들에게 오래오래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