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0년대 후반 제작된 경성방직 회사 홍보 포스터(왼쪽)와 1950년 제작된 교통안전포스터. 사진 제공 근현대디자인박물관
1950년 인쇄된 교통안전포스터. ‘보호하자 어린이, 살피자 보행자’라는 문구는 여느 교통안전 포스터와 같지만 아래쪽에 들어간 문구가 색다르다. ‘교통안전 강조 운동은 미군과 한국 정부가 공동으로 하고 있는 공익사업의 하나이다.’ 포스터에는 군용 트럭 앞에서 아이들이 공놀이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광복 직후 시대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9월 13일까지 서울 중구 신당동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이벤트홀에서 ‘한국포스터디자인백년전’이 열린다.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포스터 140여 점을 통해 한국 포스터 디자인 변천사와 포스터에 담긴 시대상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1870년대부터 국내에서도 포스터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제작된 고종황제 존영은 족자 위에 고종황제의 초상화를 그려 넣은 형태다. 본격적인 포스터가 제작되기 전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포스터는 주로 상품 판촉용이었다. 구상적 형태에 여성이 모델로 등장하며 위아래에 ‘쫄대’를 대 오랫동안 게시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이 시기 포스터 중에는 특히 운보 김기창이 직접 도안해 1937년 제작한 크리스마스실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팽이 치는 소년의 모습과 함께 크리스마스실의 유래와 의미를 설명하는 문구도 들어가 있다.
광복 이후 포스터에는 주로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계몽적인 내용이 많았다. 1950년대 육군본부에서 제작한 포스터에는 ‘잊지 말자, 피에 젖은 6·25’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1950년대 한미연합군 안전포스터에는 ‘우리는 전쟁에서 같이 싸왔으니 평화 시에도 같이 건설하자’고 적혀 있다. 총을 든 군인이 나란히 서 있고 배경에는 전투 장면과 건물 건설 장면을 함께 그려 넣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경제 성장과 함께 디자인 전문회사가 생기면서 포스터가 세련되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1969년 제작한 대한석유공사 유공스페샬 홍보포스터는 손으로 그리던 기존 포스터 제작방식에서 탈피해 유니폼 입은 여성의 사진을 전면에 내세웠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는 한국적 정체성에 주목해 탈이나 호랑이, 미륵반가사유상 등 한국 전통을 살린 포스터가 많이 제작됐다.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추상적이고 기하학적 형태,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이 많아진다.
9월 6일 오후 4시에는 박암종 근현대디자인박물관장, 백금남 성균관대 교수 등이 강연자로 나서 ‘포스터, 시대를 그려내다’를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무료. 02-2266-7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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