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쑥쑥!…책, 동심을 만나다]할미꽃… 맨드라미… ‘꽃 설화’는 왜 다 슬픈걸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19일 03시 00분


◇눈물이 방울방울 아름다운 꽃 이야기/이연정 글·이유정 그림/108쪽·1만2000원/미래아이

산골 외딴집에 할머니가 세 손녀와 살고 있었다. 욕심이 많은 첫째와 둘째는 부잣집 아들에게, 착한 막내는 싹싹한 나무꾼에게 시집을 갔다. 허리가 꼬부라질 정도로 나이가 든 할머니는 죽기 전에 손녀들이 보고 싶어 길을 나섰다.

큰 손녀는 얼굴을 찡그리며 할머니를 문전박대했다. 둘째는 대문 밖으로 나와 보지도 않았다. 깊은 산 속에 있는 막내를 보러 고개를 넘던 할머니는 도착하기 전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할머니를 발견한 막내는 대성통곡을 하며 할머니를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이듬해 봄 무덤가에는 허리가 꼬부라지고 온몸이 하얀 털로 덮인 꽃이 피었다. 사람들은 이 꽃을 ‘할미꽃’이라고 불렀다.

홀어머니 밑에 자란 외아들이 착하기로 소문난 처녀를 아내로 얻었다. 어머니는 아들을 빼앗긴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가뭄이 심하게 든 어느 해, 이웃 마을로 남편은 머슴살이 가고 시어머니와 단둘이 남은 며느리는 끼니때면 죽을 쑤어 시어머니께 드리고 자신은 나무줄기를 끓여 먹었다.

그림 제공 미래아이
그림 제공 미래아이
시아버지 제삿날, 며느리는 큰맘 먹고 밥을 지었다. 뜸을 보러 밥알 두 개를 꺼내 먹는 순간 이를 본 시어머니는 “그동안 혼자만 밥을 먹었냐”며 빗자루로 며느리를 때렸다. 제대로 먹지 못했던 며느리는 그 자리에서 숨을 거뒀다. 다음 해 여름, 며느리 무덤가에는 하얀 밥풀 두 개를 아랫입술에 붙인 듯한 모양의 꽃이 피었고, ‘꽃며느리밥풀’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지은이는 황매화, 맨드라미, 금강초롱 등 꽃에 얽힌 설화를 바탕으로 새롭게 이야기를 만들었다. 그는 “꽃 이야기는 슬픈 이야기 일색인데, 거의 모든 꽃 이야기가 누군가 죽어서 그 넋이 피어난 것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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