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스타 존 트래볼타를 모델로 한 브라이틀링의 광고 캠페인. 영화배우이면서 베테랑 파일럿인 존 트래볼타는 ‘가장 정확한 항공 시계’를 지향하는 브라이틀링의 정체성을 잘 표현하는 인물로 꼽힌다. 사진 제공 브라이틀링
《할리우드 스타 존 트래볼타는 파일럿으로도 유명한 배우. 보잉747과 707을 포함해 8개의 제트 비행기 조종 면허증을 소유했으며 5000시간 이상의 비행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16세 때 처음 비행 교육을 받기 시작해 19세에 비행 면허를 취득했다. 플로리다 오캘라에 있는 트래볼타의 집에는 3km 길이의 활주로와 비행기 격납고, 관제탑이 있다. 트래볼타의 공식 홈페이지(www.travolta.com)의 첫 화면을 장식한 사진도 항공 재킷 차림의 모습이다. 항공 재킷을 입은 그의 가슴에 ‘브라이틀링’ 로고가 선명하게 보인다. 그는 올해로 6년째 브라이틀링 내비타이머 라인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스타이자 베테랑 파일럿인 존 트래볼타의 면모는 ‘파일럿을 위한 시계’로 출발한 브라이틀링의 정체성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워치’
브라이틀링은 크로노그래프에서 출발한 시계 브랜드다. 크로노그래프는 스톱워치 기능과 평균 시간 계측 기능 등을 갖춘 정밀 시각 측정기를 의미한다. 브라이틀링 브랜드의 역사는 18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브라이틀링의 설립자인 레옹 브라이틀링은 크로노그래프를 비롯한 계수기를 전문으로 만드는 제작소를 열었다. 요즘에는 손목시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당시로서는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하는 기능을 갖춘 기계를 만드는 것은 ‘첨단 기술’이 있어야 가능했다. 브라이틀링은 이후 ‘패밀리 비즈니스’를 기반으로 기술과 아이디어를 대물림했다.
레옹의 아들 가스통은 1915년 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를 개발했다. 타이머를 멈췄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측정 기계를 필요로 하는 파일럿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제품이었다. 1923년, 다시 획기적인 발명품이 브라이틀링에서 탄생했다. 이전까지 하나의 크라운(용두)으로 타이머를 시작하고 멈추던 크로노그래프에서 벗어나 시작, 종료, 리셋의 기능을 독립적인 버튼으로 만든 손목시계를 만들어낸 것. 여러 차례의 시작과 종료 버튼을 통해 랩타임을 잰 뒤 타이머를 다시 0초로 돌리는 리셋 기능을 만들어낸 것도 브라이틀링이었다.
이런 기술력을 바탕으로 1939년 브라이틀링은 영국 공군인 로열 에어포스의 크로노그래프 제조업체로 선정됐다.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면서 브라이틀링 크로노그래프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브라이틀링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된 시기다.
○ 명품과 명품의 만남
‘내비타이머’ 브라이틀링의 고유 라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내비타이머’다. 브라이틀링의 내비타이머는 1952년 탄생했다. 파일럿들이 비행기를 조종할 때 필요한 거리환산이나 곱셈, 나누기 등 각종 계산을 하면서도 현재의 시간을 표시하는 이 작은 장치는 곧바로 항공 조종사들의 ‘필수품’이 됐다. 1969년 셀프 와인딩 기능이 더해진 내비타이머는 ‘손목 위의 항공 컴퓨터’로 자리 잡았고 현재는 항공 비행사뿐 아니라 많은 시계 애호가들이 선망하는 아이템이 됐다.
브라이틀링은 유니크한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윈드라이더’ 라인과 크로노그래프를 항공업계에 가장 적합하게 맞췄다는 평가를 받는 ‘프로페셔널’ 라인, 육지와 바다, 하늘을 아울러 가장 적합한 기계로 손꼽히는 ‘에어로마린’ 라인 등을 선보이고 있다.
이런 고유 라인 이외에도 브라이틀링의 명성을 더욱 확고하게 만든 것이 있다. 2003년 명품 자동차 벤틀리와 손잡고 출시한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라인이다. 두 명품 브랜드의 공통점은 ‘정교함에 대한 열정’ ‘명성과 성능의 결합’ ‘전통적인 우수성’에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알파벳 이니셜 ‘B’와 ‘날개’라는 상징성이 이들을 함께 묶어 떠올리게 한다.
벤틀리 라인 브라이틀링은 시계 베젤 표면에 골이 파인 특유의 디자인을 유지하고 있다. 벤틀리의 컨트롤 버튼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다. 벤틀리 역시 2003년 이후 대시 보드에 브라이틀링의 시계를 달아 출고하고 있다.
○ 신뢰를 더해주는 품질관리
‘크로노맷’ ‘전문가를 위한 장치’라는 모토답게 브라이틀링은 ‘가장 정밀한 기계’라는 명성을 자랑한다. 이 명성은 부품 생산에서부터 조립까지 모든 과정에 적용되는 엄격한 관리 기준에서 비롯됐다. 스위스 라쇼드퐁에 위치한 브라이틀링의 생산 라인은 출범 초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대화, 첨단화됐지만, 품질 관리만은 120년이 넘는 역사 동안 변하지 않은 채 지켜져오고 있다. 완성된 시계는 적어도 1주일 동안의 기술 점검 과정을 거쳐야 한다. 통과해야 하는 제어 절차도 1000가지가 넘는다. 브라이틀링 크로노미터가 세상에 선보이기까지는 10개월의 제작 기간이 필요하다. 제작 과정에서 먼지가 들어가 정밀도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 대비해 브라이틀링 제작 공장에는 습도와 온도를 통제하는 공기 정화 시스템을 설치했다.
이렇게 생산된 브라이틀링은 모든 컬렉션이 ‘크로노미터 인증(COSC 인증)’을 받은 유일한 브랜드다. 스위스 공식 크로노미터 시험 기관의 테스트를 통과해야 받는 이 인증은 ‘정밀함과 신뢰성에 대한 최고의 승인’으로 통한다. 매년 스위스에서 만드는 시계의 5% 정도만 이 인증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계 부품 하나하나마다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해야 한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벤틀리 대시 보드의 브라이틀링 시계. 2003년 출시한 ‘브라이틀링 포 벤틀리’ 라인은 ‘명품’과 ‘명품’의 만남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사진 제공 브라이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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