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배우 김지영 “제가 하도 울어서 남편이 드라마 못보겠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0일 03시 00분


KBS2 ‘결혼해주세요’ 주간시청률 2위… ‘김지영 효과’ 톡톡

김지영(36)은 똑 부러지는 배우다. 복길(‘전원일기’)이나 핸드볼 선수 정란(‘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같은 조연을 맡아도 그녀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요즘 찍고 있는 KBS2 ‘결혼해주세요’에서는 결혼 7년차 주부 남정임을 실감나게 연기해 이 드라마를 ‘제빵왕 김탁구’에 이은 주간 시청률 2위로 올려놓았다.

“우는 장면이 많다 보니 화장기가 다 지워진 민낯으로 엉엉 울기도 했어요. 남편(배우 남성진)은 ‘저걸 찍으면서 얼마나 극에 빠져 울었을까’ 생각하니 짜증이 나서 모니터링을 못하겠대요.”

김지영을 울린 남자는 남편 김태호 역을 맡은 동갑내기 배우 이종혁이다. 극중 태호는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다. 대가족인 시댁을 살뜰히 모시고 떡가게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뒷바라지하는 조강지처 덕분에 명문대 교수가 되지만 방송 출연으로 알게 된 아나운서가 좋아졌다며 ‘자유 결혼’을 선언해 아내를 울린다.

“너도 사랑하고 서영이도 사랑해. 결혼했다고 연애감정을 차단하는 것은 무식한 통제이며 제도의 문제야. 우리 프리하게 살자!”

진짜 남편이 ‘다른 여자가 있다’고 고백한다면? 김지영은 “일단 실컷 때려준 다음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진짜 남편이 ‘다른 여자가 있다’고 고백한다면? 김지영은 “일단 실컷 때려준 다음 도망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한참을 혼자 울며 속으로 분을 삭이던 정임의 선택은 “이혼하자”가 아니라 “우리 각자 살자”이다.

“가정 일에 쿨한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정임이도 어쩔 수 없으니 그렇게 얘기했겠죠. 개인적으로는 이혼하지 않고도 그 사람과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그 안에서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이혼이라는 뚝 끊어진 상태에서 성장하는 건 한계가 있어요.”

김지영은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종혁에게 “태호가 순수하고 솔직한 거야. 아내 몰래 연애하면 되는데”라고 말을 건넸다. 이종혁은 “아냐, 아내랑 오래 알고 지낸 거잖아. 가장 친한 친구가 걔밖에 없는 거야”라고 웃었고, 김지영은 “아, 그래서 연애 고민 상담을 하는 거고?”라며 눈을 흘겼다. 드라마 속 유부남 교수와 아나운서의 열애도 핑크빛은 아니다. 두 사람의 ‘플라토닉’한 연애 감정은 추문으로 번지고, 태호는 교수로서 쌓아온 명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없다며 아내에게 아침 방송에 같이 나가자고 조른다. ‘김태호 교수의 행복한 가정’이라는 주제로 말이다. 김지영은 이때도 너무 울어서 NG를 냈다.

“미치겠는 거예요.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결국 이런 치졸한 얘기까지 하는구나 싶어서요. 바람피우는 것보다 내 남자가 못난 모습은 더 보기 싫어요.”

김지영 네는 연기자 가족이다. 남편 남성진은 KBS1 드라마 ‘전우’에 출연 중이다. 1996년 ‘전원일기’에서 영남-복길이 커플로 만난 두 사람은 2004년 5월 결혼에 골인해 슬하에 생후 22개월인 아들 경목을 두었다. 김지영의 시부모는 배우 남일우와 김용림이고, 남동생 김태한은 뮤지컬 배우다. 김지영도 간간이 노래 실력을 뽐낸 적이 있다.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로 떠오른 영국의 아줌마 가수 수전 보일처럼 앞으로 전개될 ‘결혼해주세요’에서는 시민가요제를 통해 가수로 데뷔할 예정이다.

“일종의 부부 성장 드라마예요. 정임이가 가수로서 자기 자신을 찾는 걸 보면서 태호도 잊고 있던 정임이의 참모습을 보게 돼요. 또 매력적인 정임이를 대하는 주변 반응을 보면서 자신도 변하게 되죠. 정임과 태호 두 사람이 함께 성장해가는 과정을 지켜봐주세요. 처음부터 철든 부부는 없잖아요.”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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