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충남 공주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에 위치한 금강국제자연미술센터. 꽹과리, 북, 장구,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베옷을 입은 노인 10여 명이 짚 벙거지를 쓰고 둥글게 둘러서서 악기를 두드리고 어깨춤을 추자 이를 지켜보던 외국인들의 눈이 커졌다. 서둘러 카메라를 꺼내던 이들은 이내 못 말리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진을 찍는 대신 장단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이 외국인들은 9월 16일부터 시작되는 2010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 작품을 전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작가들이다. 헝가리 인도 일본 페루 뉴질랜드 네덜란드 가나 폴란드 등 15개국에서 17명이 참여했다.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축이 된 ‘논두렁 밭두렁’ 봉사단이 먼 곳에서 온 이들에게 공주 전통 풍물놀이를 보여주기 위해 공연을 펼쳤다.
세마치장단과 굿거리장단을 오가는 흥겨운 리듬과 덩실거리는 노인들을 본 외국 작가들은 주춤거리며 다가갔다. 두 팔을 벌려 작가들을 얼싸안은 노인들은 기꺼이 북과 북채를 내주었다. 작가들은 어설프지만 발을 구르고 북을 두드리며 빙글빙글 돌았다. 한낮 최고 기온이 34도까지 오른 터라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렀지만 개의치 않았다. 한바탕 춤판을 벌인 뒤 작가들은 직접 북과 장구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헝가리에서 온 산도르 바스 씨는 입고 있는 티셔츠 소매 부분으로 땀을 닦으며 “흥겨운 리듬에 절로 신이 나 힘든 줄도 모르겠다”며 즐거워했다. 말이 안 통해도 문제는 없다. 작가들은 곁눈질로 옆에 앉은 할머니의 손을 보고 채를 쥔 채 꽹과리 소리에 맞춰 신나게 북과 장구를 두드렸다.
꽹과리를 들고 있던 공주문화원 이걸재 부원장은 작가들에게 “한국 농악은 귀로 듣고 즐기는 게 아니라 몸으로 따라가는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Last dance!”라고 외치자 작가들은 아쉽다는 듯 “노!”를 외치며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춤판은 연미산 자락에 어둠이 깔려서야 끝이 났다. 작가들은 막걸리와 수육, 떡과 두부, 김치 등을 앞에 놓고 이야기판을 벌였다.
미국에서 이틀 전 한국으로 왔다는 수지 슈렉 씨는 “여성들이 북을 치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아프리카 등지에서 북치는 걸 보면 모두가 남자인데, 여기선 여자들이 북을 메고 연주하는 게 신기했다. 장단도 바로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다”며 손가락 끝으로 앞에 놓인 유리컵을 두드렸다. 맞은편에 앉아 있던 바스 씨도 젓가락으로 컵을 두드리며 “재밌었는데, 북을 계속 치려니 팔이 아프더라. 70세가 넘는 사람도 있던데 대단하다”며 웃었다.
이들은 앞으로 약 한 달간 공주에 머물며 연미산에서 자연미술 설치작업을 한다. 슈렉 씨는 흐르는 계곡물 밑에 전등을 이용해 빛과 자연의 어우러짐을 표현할 계획이고, 폴란드 작가 파벨 홀레베크 씨는 나무를 이용해 남성과 여성을 상징하는 두 개의 상을 만들 예정이다.
2004년 시작한 비엔날레는 2년마다 열려 올해 4회를 맞았다. 고승현 운영위원장은 “외국 작가들이 자신들이 작업할 지역의 문화를 이해하게 하고 영감을 주기 위해 공주 풍물놀이 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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