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은 나태한 민족” “사대주의 못 버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8월 26일 03시 00분


일제 왜곡된 시선 담긴 책 2권 나와

“‘사상의 고착’과 ‘사상의 종속’, 즉 사대주의란 아마도 조선인의 가장 근본적인 두 가지 큰 특성이라고 하겠다. …이것은 조선인이 조선반도에 사는 한 영원히 지속될 특성이라고 하겠다.”(다카하시 도루, ‘조선인’ 중)

일제는 식민지 시기 일선동조론, 민족개조론 등 왜곡된 역사관과 국가관을 심어 조선인의 독립의지를 꺾으려 했다. 이 같은 일제의 왜곡된 조선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 2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식민지 조선인을 논하다’(동국대출판부)는 조선총독부 학무국 촉탁으로 조선의 구술문화유산 수집, 고도서의 정리와 해제를 담당했던 다카하시 도루(高橋亨·1878∼1967)의 1921년 저서 ‘조선인’을 번역한 책이다.

각론에서 다카하시는 사상의 고착, 사상의 종속, 형식주의, 당파심, 문약(文弱), 심미관념의 결핍, 공사(公私)의 혼동, 관용과 위엄, 순종, 낙천성을 조선인의 특징으로 들었다. 특히 다카하시는 1919년 3·1독립운동에 대해서도 “옛날 조선인이 중국 사상에 종속돼 중국을 향해 사대주의를 취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미국 사상에 종속돼 미국을 향해 사대주의를 취하고 있다”고 단정했다. 책을 번역한 구인모 고려대 HK연구교수는 해제에서 “다카하시는 일관되게 조선 중·후기의 특징적 국면만을 절대화해 조선조, 나아가 조선사 전체에 투영시켰다”고 설명했다.

‘조선인의 사상과 성격’(북타임)은 1927년 조선총독부에서 발표한 같은 이름의 책을 번역한 것이다. 다카하시의 ‘조선인’에 담긴 내용을 상당 부분 인용한 책이기도 하다. 조선인의 성격, 조선의 사회적 경향, 정치 및 경제사상, 신앙사상 등으로 나눠 서술했다. 일종의 자료집 성격을 띤 이 책은 주로 조선인이나 일본 학자, 제3국 사람들의 글과 말을 인용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맨 앞장 ‘조선인의 자랑’에서는 조선의 신문 사설이나 당대 지도자들의 말을 인용해 조선인이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먼저 밝혔다. 그 다음 장은 ‘러시아인이 본 조선인’ ‘미국관광단의 조선인관’이다. 제3자의 시각을 배려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은 “조선인은 나태한 민족” “점차 일본화해가는 상태는 일본 식민지 정책의 성공” 등의 문구가 등장하는 글뿐이다. ‘조선인의 건강’에서는 조선인 학생과 일본인 학생의 신장과 체중을 비교하는 표를 싣기도 했다. 이 책 역시 부화뇌동, 모방성, 무기력, 비겁함, 독립심 결핍, 문약함 등이 조선인의 특징이라고 왜곡해 소개해 놓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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