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종산삼과 효능 가장 근접한 산양산삼, 추석 명절 앞두고 수요 급증해
구매할 땐 원산지, 잔류농약 검사 여부 등 꼼꼼히 따져야
《 홀수일 전에는 매일 몇 차례 목욕재계한다. 부부간 잠자리도 하지 않는다. 개나 닭 등을 살생하지 않는 것은 물론 네발 달린 짐승은 먹지 않는다. 동물의 시체나 사람의 관도 피한다…. 심마니들이 산삼을 캐러 입산하기 전에 지키는 규칙이다. 산삼은 예로부터 하늘이 내려준 신비의 약초라 불렸다. 산삼이 나는 곳에서는 광채가 있으며 하늘에는 서광이 비친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산삼이 발견되면 하늘의 천신이 임금에게 복을 내려주는 것으로 믿었고 풍년이나 태평 성쇠를 축복해주는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만큼 산삼은 매우 귀하다. 웬만한 집 한 채 값과 맞먹는 것도 있다. 100년 이상 묵은 산삼은 1억 원대를 호가하기도 한다. 2006년 2월엔 70대 남성 고객이 124년 근으로 감정 받은 산삼을 1억 원에 구입했다. 170년 근 산삼 2뿌리를 포함한 산삼 21뿌리는 7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
○ 놀라운 산삼의 효능
지금까지 알려진 산삼의 효능은 7가지다. △당뇨치료 △항암효과 △혈압치료 △심장강화 △간질환치료 △노화방지 △불임치료가 그것.
산삼에는 혈당치를 저하시키는 아드레날린과 인슐린 생성에 크게 영향을 주는 요소가 있다.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면서 간 기능을 회복하고 간의 콜레스테롤 대사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낸다.
산삼은 암세포 성장을 막고 특히 자궁암 세포를 억제하는 효능이 있다. 산삼을 항암제와 병용하면 항암제 효과가 증진되고 면역 기능의 회복효과 또한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산삼은 심장의 혈류량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산삼에 함유된 ‘사포닌’이란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혈행을 좋게 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증가를 억제한다. 고지혈증에도 효능이 있다.
사포닌은 피부미백과 주름방지는 물론 40대 이상 여성에게 찾아오는 갱년기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도 낸다.
○ 성격 까다로운 산삼
산삼은 말 그대로 산에서 자란 삼이다. 삼의 씨앗을 먹은 새가 배설한 것이 싹터 자라면 ‘조복삼’이라고 한다. 조복삼 중에서도 산에서 자란 산삼은 ‘천종(天種)’또는 ‘지종(地種)’으로 불리며 최고 대접을 받는다.
천종이 나고 자라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생육환경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조선후기에 편찬된 서유구의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 따르면 산삼은 △비한(非旱) △비습(非濕) △비음(非陰) △비양(非陽), 즉 너무 건조하지도 않고 너무 습하지도 않으며 지나치게 응달도 아니고 양달도 아닌 곳에서만 자란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싹이 텄다 하더라도 쓸 만하게 성장하는 일은 드물다.
산삼의 수량이 극소수이고 값이 매우 비싼 이유다. 이를 대신하기 위해 재배된 삼이 ‘장뇌삼’이다. 장뇌삼은 인삼의 씨를 산에 뿌려 재배한 것이다.
○ 끊이지 않는 중국산 장뇌삼과의 전쟁
최근 시중에 유통되는 장뇌삼 중 일부는 품질이 우수한 국내산이 아닌 중국산 장뇌삼이나 인삼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중국산 장뇌삼이나 인삼을 밀수입해 국내산이나 북한산 산삼으로 둔갑시켜 유통, 판매하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7월 중국산 장뇌삼을 대량으로 밀수해 국내에 유통시킨 수입업자가 적발됐다. 이에 앞서 4월엔 북한산 장뇌삼을 중국에서 국내로 밀반입, 불법 유통시킨 일당이 덜미를 잡혔다. 3월엔 중국산 장뇌삼을 국산으로 속여 판 약초 판매업자가 구속되기도 했다. 한 뿌리에 7만 원을 주고 산 중국산 장뇌삼을 시가 200만 원 상당의 국산 장뇌삼으로 판매하다 적발된 곳도 있었다.
문제는 중국산 장뇌삼이 국내산으로 둔갑해 유통되는 경우 전문가가 아니면 쉽게 식별하기가 불가능한데다 품질 자체도 매우 떨어진다는 것. 특히 재배과정에서 농약이 사용된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까다로운 환경에서만 자라고 환경이 좋더라도 자라기 어려운 삼의 특성 때문이다.
2005년엔 인체에 치명적인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해 키운 중국산 장뇌삼을 국내산 산삼으로 속여서 팔아온 불법 유통업자가 적발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 천종의 효능과 가장 근접한 산양산삼
산삼을 구매할 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중국산 장뇌삼과 국내산 산삼의 가장 큰 차이는 산삼의 줄기와 뿌리가 자란 형태에 있다. 중국산 장뇌삼은 줄기와 뿌리가 모두 일직선으로 곧게 자란다. 국내산 천종은 줄기는 곧은 반면 뿌리는 옆으로 자란다.
삼의 머리인 ‘뇌두’도 다르다. 중국산의 뇌두는 대나무처럼 마디가 있고 길다. 몸통이 굵고 검은색을 띤다. 국내산 천종은 뇌두의 마디가 조밀하고 층층이 길다. 몸통은 작고 황금색이다. 향이 강하고 오래가며 씹을수록 단맛이 나는 것도 특징이다.
이런 천종의 효능과 가장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산양산삼이다. 산양산삼은 천종의 씨를 산에 뿌려 자연 그대로의 상태로 자라난 것을 말한다. 천종과 맛, 모양, 성장 속도가 비슷하며 그 효능이 천종에 버금간다고 해 장뇌삼보다 높게 취급된다.
산양산삼을 재배하는 일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산양산삼은 천종이 자라는 환경에서 7년 이상 자라야 효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인삼의 재배성공률이 90%, 장뇌삼이 50∼60%인 반면 산양산삼은 30%에 그친다. 산양산삼은 그만큼 귀하다.
○ 국내산 산양산삼 어디서 구하나
산양산삼은 효능이 인삼보다 매우 높다고 알려지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산양산삼을 찾는 소비자들이 더욱 늘고 있다.
산양산삼 역시 구매에 있어선 주의가 요구된다. 원재료의 원산지와 잔류농약의 검출 여부, 생육 환경 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 위치한 산양산삼 재배 농장인 (주)가온뫼의 산양산삼이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가온뫼 산양산삼은 습도, 온도, 토질, 일교차 등 천종이 자라는 환경과 일치한다고 알려진 해발 700∼800m의 고랭지 무이리 일대에서 9년간 자란 ‘신토불이’ 국내산 산삼이라고 가온뫼 측은 설명했다.
가온뫼 이팔성 대표는 “가온뫼 산양산삼은 우수한 토질에서 비료를 주지 않고 농약살포 등을 엄격히 통제해 7∼9년 이상 키운 것으로 천종과 근접한 효능을 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온뫼 산양산삼은 소비자에게 판매를 할 때마다 국내산 원재료 원산지 증명원을 발급한다. 2009년 7월 후 몇 차례 농협중앙회 식품안전연구원의 잔류농약 정밀검사에서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7년 근 산양산삼이 약 9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라고 가온뫼 측은 설명했다. 가온뫼 산양산삼은 강원도뿐 아니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가온뫼 산삼갤러리(02-3461-6242∼3)’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이 대표는 “가온뫼 산삼갤러리는 산양산삼과 심마니가 직접 채취하고 감정을 필한 천종산삼을 전문적으로 진열, 판매하는 곳”이라면서 “중국산 장뇌삼에 의해 침체돼 있던 국내산 산양산삼의 우수한 품질을 알리는 것이 취지”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최근엔 각국의 산삼 관련 바이어와 외국 관광객을 유치해 세계적으로 양질의 산양산삼을 알리고 수출까지 도모하고 있다”면서 “강원도 농장을 직접 방문케 해 산양산삼의 생육 과정을 알리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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