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화에서 맹자는 五十步百步의 비유를 이용해 양혜왕의 상식판단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토대로 本題로 넘어가고 있다. 이에 앞서 양혜왕은 자신이 백성 구휼에 진력하지만 인구가 증가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물었는데 맹자는 양혜왕이 득의로 여기는 전투의 예를 들어 兵刃旣接(병인기접)의 상황에서 오십 보 敗走(패주)한 병사가 백 보 패주한 병사를 비웃는다면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양혜왕은 오십 보 패주한 병사가 백 보 패주한 병사를 비웃을 수는 없다고 했다. 不可란 옳지 않다는 뜻이다. 양혜왕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오십 보 패주나 백 보 패주나 ‘패주’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直不百步耳의 直은 但(단)과 같고 耳는 한정의 뜻을 지닌 종결사다. 百步는 백 걸음을 패주했다는 뜻의 동사어구로 전성되었으므로 그 어구를 부정하기 위해 非가 아니라 不을 사용했다.
양혜왕의 대답은 보편상식에 근거한 판단이어서 누구라도 이미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대답을 받아 맹자는 ‘王如知此시면 則無望民之多於(린,인)國也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如∼則∼은 ‘만일 ∼하면 그렇다면 ∼이다’다. 無는 금지사, 於는 비교의 뜻을 지닌 개사다.
맹자는 백성 구휼에 진력한다고 자국의 인구가 증가하리라 기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을 제시하고 변론하기 시작했다. 전투를 비유로 들어 백성 구휼의 문제를 논한 것은 형식논리상 비약이다. 하지만 발화 상황의 분위기가 중시되는 궁정에서 대화가 이루어졌기에 그 비약이 오히려 상대의 意表를 찌를 수 있었을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