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가민가할 때 펼쳐 보는 바른 말 사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1일 11시 30분


◇ 긴가민가할 때 펼쳐 보는 바른 말 사전/여규병 엮음/한울

'대머리 아저씨는 머리가 벗겨진 걸까? 벗어진 걸까?'
'아작나다와 작살나다 중 표준어는 무엇일까?'
'분위기에 걸맞는 옷차림? 걸맞은 옷차림? 어느 것이 맞을까?'

정답은 '벗어진', '작살나다', '걸맞은'이다. 한글 창제 564주년이 됐지만 아직도 어떤 표현이 어법에 맞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우리말이 많다. 글을 쓰다 급한 마음에 인터넷을 검색해보아도 잘못된 표제어와 예문이 수두룩하게 나온다.

'긴가민가할 때 펼쳐보는 바른 말 사전'은 20여 년간 어문교열기자 생활을 한 여규병 기자가 각종 인쇄물에서 발견한 표현과 규범의 잘못을 바탕으로 표제어와 예문을 정하고 인터넷 말뭉치를 통해 용례를 보충한 실용 서적이다. 표제어가 무려 1만 3000여 항목에 이른다.

앞서 언급한 '벗어지다'는 머리카락이 빠지는 것을 나타내는 말의 바른 표현이다. '아작'이 조금 단단한 물건을 깨물어 바스러뜨릴 때 나는 소리이기는 하지만 '아작나다'라는 말은 없다. 완전히 깨어지거나 부서지다, 아주 결딴이 나다를 뜻하는 말은 '작살나다'가 맞다.

두 편을 견주어 볼 때 서로 어울릴 만큼 비슷하다는 뜻의 형용사 '걸맞다'는 관형사형 어미는 '-은'이므로 '걸맞은'으로 쓴다. 동사의 관형사형 어미 '-는'을 써서 '걸맞는'이라고 해선 안 된다.

이처럼 자주 틀리는 우리 말 1만 3000여 항목을 정리하느라 저자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3년 가까이 원 없이 인터넷을 뒤졌다고 한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낱말을 인터넷 검색창에 쳐 넣으면서 실제 생활에는 쓰이지 않는 낱말도 제법 발견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실용적이지 않은 '만들어진 잘못'을 철저히 걸러냈다. 480쪽 분량, 사전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가볍고 작아 들고 다니면서 긴가민가할 때마다 펼쳐 보기 좋다.

저자는 어문교열기자로서 동아일보 어문연구팀장을 지냈다. 정부와 언론기관이 함께 외래어를 심의하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 부위원장, 표준어사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국립국어원이 펴내는 잡지 '새 국어생활'의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동아닷컴 저널로그 '말글 돋보기'(www.journalog.net/3springs)에 우리말 칼럼을 연재 중이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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