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소통]‘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 2010’…주민 눈 맞추고 손잡으니 “예술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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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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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동네: 열린 도시 안에서’를 주제로 31일까지 열리는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선보인 오픈 하우스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위한 건물이다. 독일의 라움라보어에서 설계한 공간은 텃밭, 온실, 아틀리에, 사랑방 등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다양한 방의 집합체다. 안양=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새 동네: 열린 도시 안에서’를 주제로 31일까지 열리는 제3회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에 선보인 오픈 하우스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위한 건물이다. 독일의 라움라보어에서 설계한 공간은 텃밭, 온실, 아틀리에, 사랑방 등 서로 다른 기능을 가진 다양한 방의 집합체다. 안양=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보이는 것에서 보이는 것 그 너머로.’

2일 경기 안양시에서 개막한 제3회 안양공공미술프로젝트(APAP2010)의 특징은 이렇게 요약된다. ‘예술도시 안양’이란 도시 정체성을 만들고자 2005년부터 시작된 공공예술프로젝트는 올해 변화를 선택했다. ‘결과’보다 ‘예술적 실천과정’에 중점을 둔 것. 박경 예술감독(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 교수)은 “1, 2회 프로젝트가 작가들의 일방적 퍼포먼스를 통해 프로젝트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단계였다면 이번 프로젝트는 지역주민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새 동네: 열린 도시 안에서’라는 주제 아래 마련된 23개 프로젝트 중 영구 설치물은 3개뿐이다. 나머지는 3월부터 미술 건축 도시학 등 각 분야의 작가들이 주민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를 돌아보는 전시와 이벤트다. 시각적 볼거리를 찾는다면 밋밋할 수 있지만 우리가 몸담은 환경을 같이 고민하는 성찰의 시간을 제공하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다. 31일까지. www.apap2010.org

○ 열린 도시를 향하다

경기 안양시 학운공원에 설치된 오픈 파빌리온. 시민들이 만남의 장소와 소모임 등으로 이용할 때 의미가 생기는 공간이다.
경기 안양시 학운공원에 설치된 오픈 파빌리온. 시민들이 만남의 장소와 소모임 등으로 이용할 때 의미가 생기는 공간이다.
안양시 동안구 부림동 학운공원 서쪽에는 오픈 하우스, 오픈 스쿨, 오픈 파빌리온이 나란히 자리한다. 각기 다른 조형적 매력을 지닌 세 구조물은 올해 프로젝트의 정보와 과정을 한데 모아주는 기능을 한다.

먼저 장난감 같은 나무집을 얼기설기 얹은 듯 보이는 오픈 하우스가 눈에 띈다. 건축가와 도시계획가로 구성된 독일 베를린의 라움라보어(대표 마티아스 릭)가 설계한 ‘사회적 조각’ 겸 ‘집합적 공간’으로 APAP정보센터를 비롯해 텃밭, 사랑방, 온실, 전시 공간 등 건물을 탐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 자전거대여소에선 자코모 카스타눌라가 만든 평상과 벤치 기능을 결합해 만든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오픈 스쿨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롯-텍(대표 아다 톨라)의 작품. 8개의 노란색 컨테이너를 생선가시 같은 패턴으로 결합해 역동적 공간 구성을 체험할 수 있다. 올해 프로젝트의 진행과정을 사진 패널로 볼 수 있고 전망대에 오르면 주변 경치를 감상할 수 있다. 2004년 에르메스 미술상을 수상한 박찬경 씨의 첫 장편영화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안양에’도 상영한다. 오픈 스쿨을 나오면 건축가 조민석의 오픈 파빌리온이 반겨준다. 한국의 정자를 재해석한 지름 7m의 흰색 돔 형태의 구조물로 시민들 만남의 장소와 이벤트를 위한 장소다.

○ 시민과 접속하다

신혜원 씨의 ‘자율방범대 신축 프로젝트’를 통해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은 컨테이너.
신혜원 씨의 ‘자율방범대 신축 프로젝트’를 통해 산뜻한 옷으로 갈아입은 컨테이너.
‘일상이 곧 예술’라고 외치는 새로운 차원의 공공예술행사로는 ‘2010 만안의 이미지-기록과 기억’이 대표적이다. 안양여중고교 등 7개 중고교생 3000여 명과 박형근 씨 등 사진가들이 개발을 앞둔 만안구의 주거환경과 일상을 촬영한 프로젝트다(10일까지 대림대 아트홀 갤러리).

시민과의 협력으로 프로젝트가 완성된 점도 주목된다. 미국의 수전 레이시 씨는 ‘우리들의 방-안양 여성들의 수다’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여성의 대화를 유도하고 그 목소리를 알리는 기록과 설치작업을 내놓았다. 홍콩의 커뮤니티 뮤지엄 프로젝트는 안양역 입구 롯데백화점에 공공설치물 ‘불평박물관’을 선보였다. 더 나은 안양을 만들기 위한 시민의 불평과 제안을 스티커로 붙이는 프로젝트다. 건축가 신혜원 씨의 ‘자율 방범대 신축 프로젝트’는 방범대원과의 대화를 바탕으로 삭막했던 초소를 예술적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인구 61만 명의 안양시는 31개의 재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다. 재개발과 성장이란 목표 아래 빠르게 파괴되는 일상과 풍경을 조명한 APAP2010.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한 예술의 역할을 돌아보게 한다.

안양=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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