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순간 웃음이 터진다. 근엄한 반가사유상으로 알고 다가섰는데 빨간 쫄바지를 입은 백수 청년이 꼬마 의자에 앉아 막대사탕을 들고 있다. 작가는 사탕의 달콤함에 빠져 자신의 우울한 현실을 잠시 잊어버린 청년을 ‘반가감유상(半跏甘惟像·사진)’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 옆에는 중국집에서 일하는 노란 티셔츠의 ‘철가방’ 청년이 백학 위에 사뿐히 올라타 있고 밥상에 오를 준비를 마친 굴비 세 마리는 하늘을 나는 용처럼 당당한 풍모로 한 두름에 엮여 있다.
24일까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갤러리 잔다리에서 열리는 백민준 씨(35)의 ‘樂’전은 제목 그대로 관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전시다. 첫 개인전이지만 고달픈 현실을 비틀어 재해석한 위트와 유머는 녹록지 않다.
작가는 평범한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동물, 미키마우스와 ‘ET’ 등 낯익은 만화와 영화 속 주인공을 신선으로 격상시켜 13선인을 선보인다. 삶을 바라보는 긍정적 시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상상력, 정교한 솜씨로 완성된 작품이 어우러지면서 편안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02-323-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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