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뷰티]건강기능식품에도 인증마크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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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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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명중 55명이 광고만 믿고 덜컥… “마크 확인한 적 없다”
주요 성분 체크→ 식약청 홈피 검색하면 효능 손쉽게 확인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그래픽 이고운 leegoun@donga.com
《노인이 있는 집이라면 ‘글루코사민’이 들어있는 영양제가 한두 통쯤 있을 것이다. 갑각류에서 얻은 성분으로 만드는 글루코사민은 무릎에 좋다는 해외와 국내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2004년부터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증도 받았다. 그런데 최근 스위스 베른대 연구팀이 “글루코사민이 관절에 큰 효과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으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졌다. 식약청은 “베른대 발표결과에 따라 당장 글루코사민의 기능성을 취소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글루코사민을 건강기능식품에서 퇴출시키려면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당분간은 건강기능식품 자리를 유지시키기로 한 것. 그러나 폭발적인 증가세에 비해 건강기능식품의 효능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제품을 고르는 것이 바람직한지 잘 아는 소비자는 드물다.》

체지방 감소·간·전립샘 건강제품 인기상승

식약청이 지난해 판매된 건강기능식품 실적을 분석해보니, 판매액이 9598억 원으로 2008년 8031억 원보다 20%나 증가했다. 매년 10% 안팎으로 성장해왔지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판매액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홍삼 제품 판매액이 이 중 52%인 4995억 원으로 5년 연속 판매 1위를 차지했으며, 비타민(761억 원), 알로에 제품(648억 원), 인삼 제품(364억 원)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한 가지 기능에 초첨을 맞춘 ‘개별인정형’ 제품 증가세가 가파르다는 점. 2008년 416억 원 규모이던 개별인정형 제품 판매액이 지난해에는 800억 원 규모로 92%나 증가했다. 이 중 체지방 감소 관련 제품이 206억 원, 간 건강(150억 원), 전립샘 건강(76억 원), 관절과 뼈건강 제품(68억 원) 순이었다. 또 밀크시슬추출물, 지방산복합물, 자일로올리고당 등 새롭게 건강기능성 인증을 받은 원료만 30개였다.

‘인증 마크’ 확인하는 소비자 절반에 불과


인터넷에서 ‘건강기능식품’ ‘탁월한 효과’라고 광고하는 제품들이 모두 공인된 검증을 받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성인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은 건강기능식품을 먹어본 적이 있지만, 구매할 때 건강기능식품 마크를 확인한 경우는 45.3%에 불과했다. 정부(식약청)에서 인증받았다는 ‘인증 마크’가 제품 겉에 붙어있지 않다면, 제품의 효능이 공식적인 인정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다. 구매 시 마크가 있는지 꼭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허위 과대과장 광고도 문제다. 인증 마크를 받은 제품이 전혀 엉뚱한 효능을 내세워 광고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코큐텐’ 제품은 “심근경색 환자가 장기복용하면 심장발작과 사망률이 약 45%씩 감소되며 고혈압, 치주염에 효과가 있다”고 광고한 이유로 행정조치를 당했다. 일부 스피루리나 제품은 “심장기능 강화, 체질 개선, 위궤양, 간장질환, 당뇨병, 췌장염, 백내장, 원형탈모증, 백혈구 감소증에 대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식약청이 스피루리나 제품에 대해 인증하는 기능은 ‘피부건강에 도움’ ‘항산화 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에 도움’ 등 세 가지다.

“효과있다” vs “효과없다” 논란

건강기능식품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다. 실제로 글루코사민과 관련해 스위스대학이 제시한 증거 중 하나는 관절 내 내부공간 폭이 얼마나 줄었는가였다. 0.9cm 이상 감소하면 효능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글루코사민은 0.4cm 감소에 그쳤다는 것. 식품의 섭취만으로도 이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는가, 아니면 먹었기 때문에 이 정도 효과라도 볼 수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전립샘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오승준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전립샘은 노화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데, 전립샘 비대증 증상이 이미 심한 사람이 병원에 가는 것이 두렵다는 이유로, 집에서 보조식품만 먹고 있으면 질병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립샘이 커져 소변길을 누르고 있을 때, 약도 아닌 건강기능식품이 줄 수 있는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이 아니기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이 아니고, 생체기능의 활성화를 통해 질병발생 위험을 낮추고, 건강을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건강기능식품인데도 질병을 고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다면 소비자들이 좀 더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 건강기능식품 홈페이지(hfoodi.kfda.go.kr/index.jsp)에서 기능성 원료 항목을 누르면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성분이 어떤 효과로 인증을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기능성 인정 4등급화’ 추진중

건강관리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식약청도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을 네가지 등급으로 나눠 관리할 방침을 세웠다. ‘생리활성기능’이란 것도 과학적 근거에 차이가 있는 만큼 제출 자료의 과학적 입증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등급을 주겠다는 것. 질병발생위험감소기능, 생리활성기능 1, 2, 3으로 나눌 계획이다. 생리활성기능 1은 ‘○○에 도움을 줌’, 생리활성기능 2는 ‘도움을 줄 수 있음’, 3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아직 관련 임상이 부족함’을 뜻한다.

예를 들면 현재는 같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묶여 있지만, ‘가르시니아 캄보지아 추출물’은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의 합성을 억제하여 체지방 감소에 도움을 줌(생리활성기능 1)’으로, ‘소팔메토 열매 추출물’의 경우 ‘전립샘 건강의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음(생리활성기능 2)’으로 나눌 것으로 전망된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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