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에 관하여’ 20선]<4>공동체주의와 공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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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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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옳은 것’보다 ‘좋은 것’이 정의다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논쟁에서 핵심은, 정의에 대해 규정할 때 옮음을 중심으로 하는가, 아니면 특정한 좋은 삶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하는가의 문제다. 나는 후자에 우선성을 둬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선보다 옮음을 우선시하는 자유주의자들의 주장에 나는 반대한다.”》

◇공동체주의와 공공성/마이클 샌델 지음/김선욱 강준호 등 옮김

‘정의란 무엇인가’로 정의 열풍을 일으킨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2005년 9월 한국철학회가 운영하는 다산철학기념강좌의 초청 연사로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이 책은 당시 그의 네 차례 강연을 엮은 것이다.

20세기 말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의 논쟁이 한창일 때 샌델 교수는 공동체주의 진영에 섰다. ‘정의론’을 쓴 존 롤스를 태두로 한 자유주의자들은 정의 개념에 천착하며 선(the good)보다 옮음(the right)이 우선한다고 생각했다. 김선욱 숭실대 철학과 교수에 따르면 샌델 교수는 이에 반대하며 자유주의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리고 이를 고쳐나갈 방법은 ‘공화주의’라고 이름 붙인 공동체주의적 방식을 통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에서 샌델 교수는 공동체주의에 입각해 자유주의와 시장논리를 공격하고 정의와 공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선 샌델 교수는 자유주의가 공정성을 앞세워 개인의 특수성을 배제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구성원 사이에 불만을 일으키는 요인이라는 게 샌델 교수의 생각이다.

‘국가가 삶의 가치 문제에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자유주의의 태도에 대해서도 반박한다. “자유주의의 입장과 달리 나는 정부는 자치를 공유하기 위해 갖춰야 할 품성을 시민들 안에 육성해야 한다고 제안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샌델 교수는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신념을 정치적 담론의 현장으로 가져올 것을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샌델 교수는 김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롤스의 자유주의에 대한 반대를 명확하게 밝혔다. “제가 롤스와 동의하지 않는 점은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롤스가 선 개념보다 권리가 우선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이 주장에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정의의 문제를 다룰 때 우리는 도덕적 종교적 관념을 바탕으로 해야만 적절한 추론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자유주의적 공적 이성 개념에 대한 것입니다. 정치적 논변은 도덕적 종교적 관념과 분리될 수도 없고, 분리돼서도 안 됩니다. 공적 담론에는 정체성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개입돼야 합니다.”

이어 그는 “자유민주주의적 특성에 내재된 극단적 개인주의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개인주의에 따라 시장의 힘이 극대화됐고 소비주의가 만연하면서 모든 것이 개인의 선택에 놓여 있는 것처럼 됐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는 개인주의 시장논리 소비주의가 불러오는 문제를 ‘장기 매매’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가난한 농부가 굶주린 가족을 위해 장기를 팔기로 결심할 경우 이를 단지 개인의 자발적 선택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샌델 교수는 “농부의 동의는 진정한 의미에서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그가 처한 상황의 필요성에 의해 강제된 것”이라고 말한다. 즉, “사람들이 경제적으로 곤궁한 조건에선 어떤 것을 사고팔 때 부정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런 문제에 도덕적 종교적 생각이 개입해야 한다는 게 샌델 교수의 생각이다.

해제를 쓴 이양수 철학박사는 “샌델 교수는 미국 사회의 자유주의적 편향성을 거부하면서 새로운 사회환경에 발맞출 ‘공공철학’을 공화주의 전통에서 찾으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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