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door & Golf]“걷기가 대세” 아름다운 산 다채로운 둘레길 이번 주말엔 걸어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7일 03시 00분


제주 올레길·지리산 북한산 둘레길 등 다양… 지방 많이 쓰는 걷기, 올가을 건강 최고의 보약


《호모워커스(Homo Walkers)가 대한민국 레저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생각하고 느끼는 걷기를 통해 건강을 되찾는 문화 건강족 호모워커스의 등장이 전국 각지의 둘레길을 탄생시켰기 때문이다. 급기야 걷기 열풍은 건강관리 운동의 대명사였던 등산과 조깅을 추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생활체육활동 참여 실태조사’에 따르면 걷기는 가장 각광받는 생활체육으로 꼽혔다. 헬스(14.4%)와 등산(13.6%)보다 2배나 많은 30%의 사람이 건강관리 수단으로 걷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걷기 열풍의 발원지 제주 올레 코스엔 약 25만 명이 다녀갔다. 서귀포시는 올해 방문객이 4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열풍은 전 국토로 번졌다. 지난해만 국내 21개 자치단체 383명이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서귀포시를 방문했고 그 결실이 전국의 둘레길 탄생으로 이어졌다.》
걷기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인기 만점인 이유는 가장 ‘인간적인’ 운동이기 때문이다. 영장류가 인간으로 나아간 첫걸음은 바로 직립보행이었다.

과도한 등산과 달리기가 부담을 줄 수 있는 반면 걷기는 가장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지방 분해를 촉진한다.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주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달리기와는 달리 걷기엔 지방이 가장 많이 소비된다. 근육량 저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때문에 노인, 무릎이나 발목 부상자, 과체중자들에게 걷기만한 운동이 없다는 것이 중론.

그렇다면 올가을 호모워커스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어디를 방문하는 것이 좋을까.

○ 진화하는 제주 올레길

초보자라면 열풍의 근원지인 제주 올레길을 방문해보길 권한다. 가장 정비가 잘돼 있고 무엇보다 정보가 풍부하다. 이 뿐만 아니라 여전히 진화 중이다.

지난해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가장 가보고 싶은 가족여행지’ 1위를 차지하고 삼성경제연구소의 10대 히트상품 가운데 하나로 뽑힌 제주 올레길은 열풍을 이어가기 위해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다. 1코스 시작점인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 탐방종합정보센터를 설치하고 화장실과 나무그늘, 테마 의자 등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늘리고 있다.

최근엔 스위스 관광청과 맺은 업무협약에 따른 첫 번째 사업으로 10코스를 ‘스위스-제주올레 우정의 길’로 명명하고 표지판을 세웠다. 이 코스는 화순항을 출발해 용머리해안, 사계해안도로, 송악산, 알뜨르비행장 등을 거치는 코스다.

홍콩, 일본 등과 해외 교류를 통해 올레길 세계화 사업도 펼치고 있다. 다음 달 9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1회 제주올레 걷기 축제’가 대표적이다. 올레길을 걸으며 지역주민과 상생의 문화를 만드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제주 올레의 초심인 ‘걸으멍 놀멍 쉬멍(걸으며 놀면서 쉬면서)’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제주도는 올레 열풍을 잇기 위해 한라산국립공원 인접 지역을 잇는 ‘한라산 둘레길’ 80km도 2014년까지 조성할 계획이다.

○ 다채로운 매력의 지리산 둘레길

제주 올레길의 웅장함과 함께 비빔밥 같은 다채로운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지리산 둘레길을 찾아보자. 지리산 둘레길은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며 알찬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다 최근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다.

3개도(전북 전남 경남)와 5개 시군(남원 구례 하동 산청 함양)을 비롯한 지리산 일대 80여 마을의 고갯길과 숲길, 논둑길, 마을길을 고리형으로 연결했다. 내년까지 300km에 이르는 전체 구간이 열릴 예정인 지리산 둘레길은 현재 주천에서 운봉(1코스), 운봉에서 인월(2코스), 인월에서 금계(3코스), 금계에서 동강(4코스), 동강에서 수철(5코스)에 이르는 다섯 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1코스는 옛 운봉현과 남원부를 잇던 옛길의 정취가 비교적 많이 남아있다. 조선시대 관로 중 하나로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10대로 중 하나인 통영별로가 지나던 2코스는 역사와 문화가 깃든 길로 유명하다. 3코스는 광활한 지리산 서북쪽 능선을 조망할 수 있고 경사가 완만하고 노면이 잘 정비되어 있어 어린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나들이에게 인기가 높다. 엄천강과 벽송사의 정취가 아름다운 4코스와 아름다운 계곡을 만날 수 있는 5코스도 각기 다른 색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 서울에서 즐기는 둘레길

멀리 떠나는 여행이 부담스럽다면 북한산 둘레길로 눈을 돌려보자. 전국적인 걷기 열풍은 서울의 허파 북한산 둘레길(44km) 정비와 개방으로 이어졌다. 서울 강북구 우이동∼성북구 정릉∼은평구 은평뉴타운∼경기 고양시 북한산성∼고양시 효자동을 잇는 둘레길이 8월 개방됐다.

북한산 둘레길의 하이라이트는 탁 트인 서울 전경을 즐길 수 있는 ‘하늘길’ 구간. 특히 수유지구 빨래골 구간에 마련된 높이 12m의 구름전망대에서 바라본 경치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좀 더 등산에 가까운 운동량을 원한다면 은평구 구기터널 앞에서 시작되는 성너머길 구간을 추천한다. 30분가량 산책로를 오르면 비봉, 보현봉, 문수봉 등 북한산의 유명 봉우리까지 감상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인천 강화 올레길, 전북 부안 변산 마실길, 충남 태안 해안길, 전남 강진 60리길, 경남 통영 미륵산길, 서울 불암산 둘레길 등 호모워커스들의 무대는 전국 각지에 탄생됐다. 올가을 먼지 쌓인 카메라 둘러매고 바람을 맞으며 걷기 좋은 둘레길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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