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는 제나라 宣王의 요청과는 달리 覇道(패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王道를 화제에 올렸다. 제선왕은 호기심을 갖고 왕도를 실행하는 방안을 물었는데 맹자는 “백성을 보호하고 왕 노릇을 하면 이것을 막을 자가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제선왕은 자신도 왕도를 실행할 근본 자질이 있는 것 같으냐고 물었다.
맹자와 제선왕의 문답은 대화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曰만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그 주어가 무엇인지 문맥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若은 ‘∼와 같은’의 뜻이다. 조건의 절을 이끄는 접속사가 아니다. 可以는 가능의 뜻을 지닌다. 保民은 백성을 愛護(애호)함이다. 乎와 哉는 의문종결사로, 둘을 겹쳐 사용해서 강한 의문의 뜻을 드러냈다. 何由는 ‘무슨 이유로’ ‘무슨 연유로’이다. 知吾可也에서 知의 목적어가 吾可인데, 이 구에서는 다시 吾가 주어이고 可가 동사이다. 可는 可保民의 줄임말로, 본래 보조동사였다. 也는 대개 평서문의 종결사로 쓰이지만 여기서는 의문종결사이다.
맹자는 제선왕에게, 짐승이 아무 죄 없이 死地로 나아감을 차마 보지 못하는 마음을 擴充(확충)해서 백성을 차마 塗炭(도탄)에 빠지지 않게 하는 정치를 실행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한다. 제선왕이 당초 관심을 표시하여 거듭 질문한 것을 보면 그에게 왕도정치를 실행하려는 뜻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끝내 왕도정치의 이데올로기를 채택하지는 않았다. 제선왕을 설득하려고 盡心盡力(진심진력)하는 맹자의 모습을 그려보면서 마음(이념)과 실제(현실)의 乖離(괴리)에 가슴을 쓸어내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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