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위로 광대가 걷고 자전거가 굴러간다. 신문을 보던 남자의 머리에 불이 붙고 3m 높이의 바퀴 위에서 대형 치마를 입은 오페라 여가수가 노래를 부른다. 사방팔방으로 불꽃놀이가 펼쳐지면서 호수는 자욱한 연기로 둘러싸인 몽환적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10월 7∼10일 경기 고양시 호수공원 일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고양호수예술축제에서 첫선을 보이는 프랑스 거리예술극단 일로토피의 수상극 ‘물 위의 광인들(Water Fools)’이다. 8일과 10일 이틀간 호수공원에서 공연될 이 작품은 특수 제작된 서핑보드를 이용해 도심 속 호수라는 공간을 무대로 전환시킨다. 30만 m² 규모의 호수공원을 중심으로 열리는 축제에 딱 어울리는 공연이다.
일로토피의 브뤼노 슈네블랑 예술감독은 “도심 속 자유로운 공간을 찾다가 8년 전부터 물을 이용한 공연을 구상하게 됐다”면서 호수는 도시의 경관을 비추는 거울과 같다는 점에서 일상의 공간을 ‘상상과 신화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데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시작해 지난해 신종 인플루엔자로 중단됐던 고양호수예술축제는 이 작품을 필두로 올해 6개국 82개 공연을 유치하며 화려하게 부활한다. 공연 횟수가 340회로 2008년의 51회보다 7배 가까이 늘었다.
5m 장대 위 대형 구(球)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호주 거리극단 스트레인지 프루트의 ‘스피어스’, 2개의 은색 양철스프링(슬링키)을 활용한 영국 거리극단 베들람 오즈의 ‘슬링키 러브’, 영상과 공연을 접목한 창작뮤지컬 ‘안녕 경아’, 신체극단 공작소 365의 야외신체극 ‘모래 1/8mm’ 등을 기대작으로 꼽을 만하다. 극단 몸꼴의 ‘빨간 구두’를 제외한 전 공연이 무료다. 031-909-9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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