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표범은 사냥하고 사자는 짝짓기… 눈앞에서 펼쳐지는 야생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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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 남아공 크루거 국립공원 사파리 체험

나무 위에서 임팔라를 뜯어먹던 표범이 사파리 차량이 다가오자 노려보고 있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나무 위에서 임팔라를 뜯어먹던 표범이 사파리 차량이 다가오자 노려보고 있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북부에 위치한 크루거 국립공원은 약육강식의 살벌한 자연법칙이 지배하는 곳이다.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지 100여 년이 지난 현재 이곳에는 포유류 147종을 비롯해 조류 507종, 파충류 114종, 어류 49종 등 다양한 동물들이 인간의 간섭을 받지 않고 살아간다. 크루거공원 내에서 2박 3일간 머무르는 동안 야생의 세계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크루거 공원과의 첫 만남

크루거 공원은 아프리카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세계적인 사파리 관광 명소다. 동물을 밀렵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1898년 당시 트란스발공화국의 폴 크루거 대통령이 처음 보호지역으로 지정했다. 크루거 공원은 이후 점차 확대돼 현재는 이스라엘 전체 국토 면적과 엇비슷한 약 2만 km²의 거대한 면적을 자랑한다.

지난달 15일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질주하던 차량이 검문소를 거쳐 전기철조망으로 둘러싸인 크루거 공원 안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는 드넓은 평야를 보니 야생동물들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으로 마음이 설렜다. 봄으로 접어드는 남아공의 9월 햇살은 선글라스 없이는 제대로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다.

도착한 곳은 사비 강 유역에 자리 잡은 부시 로지(Bush Lodge). 사비사비 리조트(www.sabisabi.com)가 운영하는 4개의 고급 숙소 중 한 곳이다. 하루 두 차례의 사파리 관광(한 번에 3시간씩 모두 6시간)과 세 끼 식사를 포함한 1일 숙박비가 100만 원에 이른다. 25개 객실 모두가 스위트룸이다. 큰 물웅덩이가 수십 m 앞에 있어 로비에 앉아서도 야생동물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도착 당일에도 버펄로들이 물웅덩이 부근으로 몰려들어 손님을 맞이했다.

○ 야생의 세계로 들어가다

사파리차량은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레인저를 돕는 트래커는 보닛 위에 설치된 의자에 앉는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사파리차량은 비포장도로에서도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 레인저를 돕는 트래커는 보닛 위에 설치된 의자에 앉는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절대로 차에서 내리거나 일어서선 안 됩니다.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레인저(ranger) 역할을 맡은 18년 경력의 자부 마테 씨는 오후 4시 사파리 출발에 앞서 영국인 미국인 호주인 그리고 한국인으로 구성된 8명의 다국적 관광객들에게 영어로 이같이 경고했다. 레인저는 발자국, 쓰러진 풀 등의 여러 흔적과 동물의 습성을 판단해 동물을 찾아내는 전문가로 사파리차량의 운전대를 잡는다. 트래커(tracker)라는 조수가 차량 앞에 부착된 작은 의자에 올라앉아 동물을 찾아내는 일을 돕는다.

마테 씨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실탄이 장전된 엽총을 운전대 앞 거치대에 올려놓은 뒤 차량에 시동을 걸고 출발했다. 호기심으로 가득한 관광객들의 관심은 온통 ‘빅5’를 찾는 데 집중됐다. 빅5는 만나기 힘들고, 가까이 접근하면 위험한 동물을 뜻하는 말로 코끼리 사자 코뿔소 표범 버펄로 등을 지칭한다.

동물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시간대인 오전 6∼9시와 오후 4∼7시 하루 두 차례 사파리관광을 하지만 어떤 동물을 얼마나 많이 보느냐는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다. 같은 날이라도 운이 좋은 팀은 사자 표범 코뿔소 등을 보는 기쁨을 맛보지만 그렇지 못한 팀은 임팔라 또는 워터벅 무리나 기린, 얼룩말 정도나 만날 수 있다.

○ ‘빅5’를 모두 만나다

기린은 목이 길어 상대적으로 찾기 쉬운 편이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기린은 목이 길어 상대적으로 찾기 쉬운 편이다. 크루거 국립공원=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숙소 바로 앞에서 버펄로부터 보고 시작한 다국적 관광팀은 얼마 뒤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나무 위를 보라”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표범이 막 사냥한 임팔라를 4, 5m 높이 나무 위로 끌고 올라가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던 것. 몸을 축 늘어뜨린 임팔라의 갈비뼈가 점점 더 앙상하게 드러났다.

표범은 사냥을 시작하기 전 나무와 먹잇감을 번갈아 쳐다보는 습관이 있다. 사자가 피 냄새를 맡고 달려오면 어렵게 잡은 고기를 내줘야 하기 때문에 먹이를 물고 나무 위로 올라가기 위해서란다. 다음 날 아침 다시 그 나무를 찾아가보니 다른 육식동물들이 밤사이 남은 고기를 말끔히 먹어치워 아주 작은 크기의 임팔라 가죽만이 나뭇가지에 걸려 있었다.

비포장도로를 달리던 차량은 도로를 벗어나 수풀 사이로 헤집고 들어섰다. 몸무게가 1t 이상 나가는 검은 코뿔소가 삼각형 모양의 입으로 부지런히 나뭇잎을 뜯어먹고 있었다. 가끔씩 커다란 뿔을 앞으로 내밀기도 했지만 위협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코끼리가 상아와 기다란 코를 이용해 나뭇가지를 꺾은 뒤 입 안으로 밀어 넣는 장면도 흥미로웠다. 코끼리가 나무에 머리를 대고 힘을 주자 커다란 나무들이 힘없이 뿌리째 넘어갔다.

사자는 땅거미가 내리기 시작할 때 어렵사리 만났다. 순간적으로 번득이는 눈빛을 따라가 보니 사자 한 쌍이 번식을 위해 짝짓기를 하고 있었던 것. 차량에서 불과 2, 3m 떨어진 곳에 있던 암컷은 때때로 벌렁 누워 다리를 들어올렸다. 이 수컷은 몇 개월 전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이동해왔는데 예전 강자와 싸워 이긴 뒤 이 지역의 패권을 차지했다고 한다. 같은 차량에 탑승한 영국인 셜리 클라크 씨는 “사파리 경험이 여러 번이지만 오늘은 정말 환상적인 날”이라며 “마치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크루거 국립공원=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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